베이징에 있는 롯데마트 전경. 자료사진
다음달 1일부터 8일까지는 중국의 국경절과 중추절이 이어지는 황금연휴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매년 이 기간을 손꼽아 기다리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그런데 올해는 국경절 특수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사드 보복의 어두운 그림자가 유통업계는 물론 식품업계까지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적자가 누적된 롯데마트는 최근 철수를 결정하고 매각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18일 “글로벌 유통회사와 사모펀드 등 5~10개 업체와 매각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는 이미 철수를 결정하고 현재 중국에 남아있는 6개 매장의 연내 철수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의 실적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05년 이후 롯데오더리와 롯데후아방 음료 등 중국법인의 누적적자가 8백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제과 중국법인도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대비 48.8%나 떨어지는 등 사드보복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아직 철수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이들 회사의 공식 입장이지만 매출구조가 롯데마트와 상당부분 연결돼 있는 만큼 최소한 인력이나 조직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 국경절 마케팅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농심과 빙그레, 오리온 등 다른 식품업체도 사드보복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있다.
올해 2분기 적자로 돌아선 농심 중국 법인은 상반기 기준으로는 28억여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농심은 영업환경이 회복되기를 기대하면서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빙그레 제공
빙그레는 반한 감정의 영향으로 바나나맛 우유의 주문량이 크게 줄었다. 전반적으로 사드 파문 이전보다 매출이 30~40%가량 축소된 것으로 추산된다. 연초에 안 좋았다가 조금 회복된 뒤 최근 다시 상황이 악화돼 사드 배치를 둘러싼 기류변화를 반영했다.
빙그레는 중국 현지에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있어 최악의 상황은 맞지 않겠지만 국경절 대목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보다는 중국 법인의 매출 비중이 2배나 높은 오리온은 지난 2분기 중국내 제과 매출이 48%나 급감했다. 다만 대표적 제품인 초코파이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데 힘입어 전체 매출은 7월 현재 전년대비 90% 수준까지 회복됐다. 지난 1993년 중국에 처음 사무실을 개설하는 등 꾸준히 현지화 전략을 시행해 온데 힘입은 결과라는게 업체측 분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18일 “매년 국경절에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업계에서 중국시장에 많은 기대를 걸었는데, 올해는 사드 보복 문제가 심화되면서 업계로서는 크게 낙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