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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장악 시도' 국정원 문건 파문… "이제야 비밀 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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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장악 시도' 국정원 문건 파문… "이제야 비밀 풀려"

    MBC 구성원들 "무소불위 권력의 범죄행위", "결국 다 밝혀질 것"

    국정원이 지난 2010년 초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 내용이 18일 일부 공개됐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 11일 그 존재가 드러난 소위 '국정원 문건'은 문화예술계 인사의 방송 출연을 제한하는 내용에 그치지 않았다. KBS-MBC 등 방송사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정상화 전략'까지 치밀하게 설계돼 있었다는 사실과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가 18일 '한겨레'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보도 이후 국정원이 공개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주요 내용 발췌본) 내용을 보면, 국정원은 MBC 장악 세부 추진방안을 3단계로 진행하고자 했다.

    2010년 3월 전까지 '간부진 인적쇄신·편파프로 퇴출로 기반 조성'이라는 1단계를 수행하고 같은 해 4월부터 연말까지 2단계 '노조 무력화·조직개편으로 체질 변화 유도' 작전을 펴고, 2011년 이후부터 '소유구조 개편논의로 언론 선진화에 동참'(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국정원은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 'MBC스페셜', '후플러스', '시사매거진 2580' 등을 '편파방송'으로 규정하고 제작진 교체, 진행자·포맷·명칭 변경을 꾀했고, '노조의 인사권·편성권 간섭' 조항을 '독소조항'이라며 이후 단체협약에서 개정할 것을 요구했으며, 궁극적으로 MBC 구성원들 스스로 민영화를 택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이 문건은 2010년 2월 1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에 따라 같은 해 3월 작성됐다. 'MBC 신임 사장 취임을 계기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 추진' 취지에서 만들어졌는데, 이때 신임 사장으로 온 사람은 구성원들로부터 '낙하산'으로 지목된 김재철 사장이었다.

    ◇ 최승호 PD "MB와 국정원, 김재철이 강요한 야만의 세월"

    MB 정권의 아킬레스건이었던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집요한 취재를 했던 최승호 MBC 해직PD는 1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제가 지금까지 30년 이상 방송 만들면서 심의에 걸린 것이 딱 한 번인데 국정원 문건에 그게 있군요. 2009년 12월 PD수첩 '4대강과 민생예산'을 만들었는데 청와대가 난리 나더니 방송통신심의위가 저를 소환했다. 결국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서 '권고'를 줬습니다. 프로그램 내용에서 언급한 숫자 하나가 틀렸다는 이유였다"고 전했다.

    최 PD는 "'권고'라는 사소한 제재를 이용해 피디수첩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계획을 국정원-방통심의위-MBC 경영진이 협력해서 이행한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PD수첩'은 그런 기도에 굴하지 않고 다시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김재철은 아예 불방을 시켜버렸다"며 "MB와 국정원, 그리고 김재철이 강요한 야만의 세월이었다"고 밝혔다.

    최 PD는 또 다른 글에서 "(국정원 문건을) 방송노조(언론노조)에도 주기 바란다. 무엇보다 국정원 요원들이 김재철 일당과 접촉한 뒤 작성한 보고서들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공범자들'에서 최승호 PD와 만난 김재철 MBC 전 사장은 MBC 사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MBC는 민영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MBC 민영화'는 18일 공개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의 마지막 단계와 일치한다.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그는 "문건 내용들은 김재철에 의해 거의 실현됐다. 김재철은 '공범자들'에서 'MBC는 민영화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알고보니 국정원의 계획도 민영화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건은 국정원이 상상으로 작성한 게 아니라 MBC 내 협조자를 통해 정보를 입수해 만든 것이다. 국정원 내에는 접촉기록 보고서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검찰 수사과정에서 그런 문건들을 더 확보해야겠지만 국정원 스스로 문건을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 노조위원장으로서 170일 파업을 이끌었던 정영하 전 본부장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벌어진 일 가운데 국정원 문건과 일치하는 부분을 짚었다.

    그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2010년에는 시사정보 프로그램 '뉴스후'·'W' 폐지, 주요 진행자 하차('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 '100분 토론' 손석희 교수), '뉴스데스크' 8시대 이동,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 불방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2011년에는 최승호 PD 등 'PD수첩' 주요 PD들의 강제 전보, 라디오 진행자(김미화·김종배·김어준·김여진·윤도현·김흥국) 강제 하차, 단협 해지(재체결 후 주요 조항 불이행) 등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2012년에는 파업 돌입 직후 손배가압류 집행 및 업무방해 검찰 고발, 파업 기간 중 해고 6명 외 정직 38명 집행, 파업 종료 후 200여 명 부당교육과 부당전보 실행,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접촉 민영화 추진 협의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정 전 본부장은 "MB와 충복 원세훈이 주도하고 김재철과 경영진, 주요 보직들이 실행에 옮긴 MBC 장악 실체가 문건으로 확인되고 드러난 것이다. 당시 완장을 차고 MBC 블랙리스트를 충실히 이행한 보직들은 지난 7년 승승장구하며 대다수가 현재도 MBC의 상층부에 포진해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며 "그걸 물려내기 위한 싸움이 이번 파업이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김재철 MBC 사장 취임 직후였던 2010년 3월, 김우룡 당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김재철 사장이 '큰집'(청와대)에서 쪼인트 맞고 내려와 '좌파 청소부' 역할을 했다고 폭로했다. 내정 당시부터 파다했던 '낙하산설'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 나오면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그해 4월 5일 전면 총파업에 들어갔다. (사진=자료사진)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 당시 노조위원장으로, '국정원 문건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이근행 전 본부장 역시 "모든 추악한 사실들이 드러났다. 정권과 그 하수인 국정원이 MBC 경영진의 배후에서 방송장악의 정교한 플랜을 세우고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무소불위의 권력, 야수같은 권력의 범죄행위"라고 질타했다.

    그는 "7년이 지난 오늘, 나는 분노한다. 짐작과 사실은 다르다. 단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늘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긴 시간을 같이 싸우고 버텨온 동지들을 사랑한다"고 전했다.

    ◇ 이용마 기자 "역시 국정원이 배후에 있었다"

    MBC본부 170일 파업 당시 노조 홍보국장으로서, 어느덧 해직 2024일째를 맞은 이용마 해직기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이 기자는 "김재철이 사장이 된 뒤 내부 인사는 소위 경영권과 인사권을 내세워 자기 마음대로 했지만, 노조는 마음대로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언론노조를 탈퇴하라고 종용했다. 도대체 왜 노조에 그렇게 간섭하나 했더니 역시 국정원이 배후에 있었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김재철이 청와대에서 쪼인트 맞고 좌파청소했다는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김재철 이후 프로그램 폐지와 출연진 교체, 국장·부장 인사 등 MBC 내부의 모든 진행상황은 청와대와 국정원의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재철은 자신에 대한 임면권을 가진 방문진 이사들에게도 오만하게 굴었다. 당시 우리가 봐도 좀 지나치다 싶었는데, 역시 국정원이 뒤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170일 파업 이후인 2013년부터 2015년까지 MBC본부를 이끌었던 이성주 전 본부장도 "결국 나왔네요. 슬픕니다. 국정원의 시나리오에 따라 그대로 충성하고 집행했네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전 본부장은 뒤이어 올린 글에서 △2012년 이진숙 당시 기획본부장이 왜 민영화 공작에 나섰는지 △2013년부터 MBC에 3노조가 생겨난 이유가 무엇인지 △2013년 김종국 사장이 느닷없이 '언론노조 탈퇴 없이는 단협을 맺을 수 없다'고 한 까닭이 뭔지 △노동청과 검찰은 왜 MBC에서 벌어진 부당노동행위를 봐줬는지 △왜 안광한 사장은 2014년에 무리해서 시사교양국을 없앴는지 △불법인 줄 알면서 노조 전임자를 없애려고 한 이유는 뭔지 △노조를 싫어한다는 김장겸 보도본부장이 3노조 위원장을 왜 런던 특파원으로 발령 냈는지 △김재철 전 사장은 왜 민영화를 말하는지가 궁금했다면서 "국정원 문건을 보고, 모든 비밀이 풀렸다"고 썼다.

    한국PD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송일준 PD는 "차츰차츰 나온다. 결국 다 밝혀질 것이다. 기획자는 물론 실행자들, MBC내 부역 협력자들까지 샅샅이 밝혀내 엄중하게 의법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해고된 박성재 해직기자는 "뭐라 코멘트도 하기 싫다. 개자식들…"이라는 짤막한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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