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학교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정부에 명백한 법적책임이 있다"며 연구문헌과 자료를 공개했다. (사진=송영훈 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서 당시 일본군뿐만 아니라 일본 행정부의 법적책임을 보여주는 연구문헌과 당시 일본정부 자료가 공개됐다.
그동안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당시 일본군의 요청에 의해 군이 설치하고 관여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으나 일본 행정부의 법적책임을 보여주는 문서가 공개된 것이다.
세종대학교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교수는 19일 오전 11시 세종대에서 열린 중간연구결과보고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정부에 명백한 법적책임이 있다"며 연구문헌과 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문헌은 1997년 3월, 일본의 '아시아여성기금'이 일본 외무성과 내무성, 경찰서 공문서를 받아 출판한 '종군위안부관계자료집성' 5권을 분석한 자료로 연구는 동경대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명예교수와 세종대학교의 참여로 이뤄졌다.
유지 교수는 당시 일본경찰, 외무성의 자료를 공개하며 "새로 드러난 사실은 일본군이 1937년 12월부터 위안소를 본격적으로 설치했다는 점"이라며 "군의 의뢰를 받은 일본정부는 위안부 동원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공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1945년 이전 일본군은 일왕 직속으로 운영됐고 '황군(皇軍)'으로 불리며 일본행정부보다 막강한 권한을 누렸다. 일본행정부는 황군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르는 구조였다.
실제로 1938년 1월, 일본 효고현에서 유곽을 운영하는 업자가 부녀자 유괴 혐의로 일본경찰에 체포된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업자는 "상해(上海) 육군위안소에 3000명의 위안부를 보내라는 군의 의뢰를 따른 것이고 이미 2~300명의 위안부를 상해에 보냈다"고 진술했다.
와카야마 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자 일본경찰은 조사에 들어갔고 실제 군의 의뢰였음을 확인했다. 이후 일본 외무성은 내무성과 경찰에게 '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고 일본 행정부는 이를 따랐다. 사실상 일본정부가 위안부를 묵인하고 편의까지 제공한 것이다.
"이번 상하이 파견군 위안소의 종업 작부 모집에 관해 내무성으로부터 비공식으로지만 우리 오사카 부 경찰부장에 의뢰한 바가 있으므로 본 오사카부에서는 상당한 편의를 제공했고 이미 첫 번째는 이달 3일에 도항했습니다" (사진=세종대학교 제공)
유지 교수가 공개한 '1938년 2월 7일 일본 경찰청 문서'에도 오사카부는 '위안부 모집에 관해 내무성으로부터 비공식으로 오사카부 경찰부장에 의뢰한 바가 있어 상당한 편의를 제공했다'고 기재됐다.
군에 각종 편의를 제공한 일본 영사관(다) 도항 상 편의 제공(마) 항구도착과 동시에 영사관에 머물게 하지 말 것을 원칙으로 하고 허락 여부 결정 후에 직접 헌병대에 인계하는 것으로 함헌병대(가) 영사관으로부터 인계 받은 영업주 및 부녀의 취업지 수송 절차 '시국이용 부녀유괴 피의사건에 관한 건' (1938.2.7. 경찰청)
이에 유지 교수는 "일본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일본정부, 구체적으로는 외무성과 내무성이 위안부 동원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여 적극적으로 도와준 법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지 교수에 따르면 당시 일본정부는 유곽업자가 군의 허가를 얻거나 재외공관의 증명서를 갖고 있으면 편의를 제공하라고 명령했다. 이러한 증명서는 일본 본토뿐만 아닌 한반도 등 식민지에서도 발급됐다. 이에 일본 내무성은 '현지에 보내는 여성은 일본 내 매춘부와 만 21세 이상으로 할 것'이라는 허울뿐인 단속지침을 만들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
유지 교수는 "군이 위안소 설치를 결정하면 영사관 내 무관실(武官室)이 위안소 설치와 성병검사를 준비했고 영사관은 업자와 위안부들의 도항을 책임지고 헌병대에 넘겼다"며 "이처럼 위안부를 만드는 과정에 일본정부의 각 부처가 시스템 곳곳에 포함됐고 결국 일본정부에 법적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현실"이라며 "결정적으로 일본정부의 책임부분이 규명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나눔의 집 정호철 국제팀장은 "할머니들은 외롭게 싸워 오셨고 지금도 헌법소원 등 법적 투쟁을 하고 계시다"며 "평균나이가 91세지만 아직도 일본의 공식적 사죄 법적배상은 없다"고 성토했다.
앞서 일본은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의 담화로 "위안소는 당시 군(軍)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소 설치‧관리 및 위안부 이송도 군이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