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청와대가 19일 전술핵 재배치와 대북 인도적 지원시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 공개비판 등으로 잇따라 논란을 빚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대해 엄중 주의 조치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 대처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기는 했지만 청와대가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주의조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송 장관에게 국회 국방위원회 발언과 관련해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들어 엄중 주의 조치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런 조치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외교‧안보와 관련한 송 장관의 돌출 발언이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각각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전술핵 문제를 언급했고,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질의 응답과정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송 장관 자신이 지난 1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꿨고,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술핵을 다시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 할 때까지 열흘 가까이 국내는 물론 미국 조야까지 전술핵 재배치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고가며 혼란이 이어졌다.
송 장관의 전술핵 재배치 발언 이후 청와대는 비공식적으로 송 장관에게 관련 부처 간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발언은 자제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자료사진=박종민 기자)
하지만 송 장관이 전날 국방위원회 질의 답변 과정에서 다시 '현 상태에서 북한에 대한 800만 달러 규모의 인도 지원을 하는 것이 맞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조율도 없이 "지원 시기는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말하고, 문정인 특보에 대해서도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다소 거친 어조로 비판하자 청와대가 공개 경고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국회 국방위는 장관이 국민을 대신해 (국회의원이) 하는 질문에 장관이 답변하는 과정인데 약간 거친 표현이 있어서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국민께 최대한 (관련 현안을) 자세히 설명 드리되 적절한 발언을 사려 깊게 판단해 하는 게 좋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 장관이 대통령 특보를 공개석상에서 비판하며 외교‧안보 라인 내부의 혼선이 빚어지는 인상을 주는 것이 안보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송 장관의 발언 이후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팀의 자중지란(정우택 원내대표)"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당도 "정부의 대북정책이 좌표를 잃고 헤매고 있다(김수민 원내대변인)"이라고 십자포화를 쏟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혼선이라기보다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특보와 정부를 대변하는 국방 장관의 차이"라며 "외교‧안보라인 혼선(이라는 야당의 비판)은 비약"이라고 일축했지만 이런 엇박자가 이어질 경우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불안감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공개 경고에 대해 송영무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문정인 특보를 비판한 발언 등에 대해 "발언이 과했다.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한‧미 군사훈련 축소 등을 밝힌 문 특보의 발언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국방부 장관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