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3년 6개월 간 방송 중인 MBC 교양 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눈' (사진='리얼스토리 눈' 캡처)
MBC '리얼스토리 눈'을 만들어 온 독립PD들이 MBC 본사 PD들에게 무리한 요구와 비인격적 대우를 강요 받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19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3층 기자회견장에서 한국독립PD협회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방불특위)와 방송 불공정 관행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이하 제작사 특대위) 주최로 [방송 불공정 사례 종합선물세트, MBC '리얼스토리 눈'을 고발한다] 기자회견이 열렸다.
앞서 방불특위는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리얼스토리 눈'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방불특위는 MBC 책임프로듀서가 몰래카메라 취재까지 종용하며 독립PD들을 압박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위험을 방관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강력 비판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2014년 3월부터 방송된 '리얼스토리 눈'의 시사실에서 나왔던 MBC PD들의 폭언과 독립PD들이 겪었던 부당한 사례가 공개됐다.
◇ 녹취록엔 '무시'와 '막말'이우선, 방불특위와 제작사 특대위는 MBC PD와 독립PD, 작가들이 참여하는 '리얼스토리 눈' 시사는 방송 3일 전부터 하루에 적게는 3시간, 많게는 5시간까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얼스토리 눈' 관계자의 수위 높은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니 혼자 이 프로를 할 수 있다고?", "니(제작진) 대가리 나쁘다고 고민해야 되는 이유가 어딨어?", "내가 (장면을) 뺐는데 니네(제작진)가 살려 넣지마", "이 XX 참고 있는데 이것까지", "그림에 안목이 없는, (능력이) 안 되는 새끼들이 PD질 한다고…", "마스터베이션 들고 흔드는 거 너 혼자 해", "꼭 무식한 새끼들이 아는 체를 하더라", "그냥 해도 제작비 쫙쫙 잘 꼽히지?(들어오지?)",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밥값도 안 하고 돈 가져가고" 등의 원색적인 표현이 담겨 있었다.
한경수 방불특위 미디어연대분과장은 "저런 일들이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니고 매번 있었다. 저런 환경에서 일했을, 지금도 하고 있을 PD와 작가들을 생각하면…"이라며 "문제의 본질은 불공정 시스템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분과장은 "수백 명, 수천 명이 일하는 한복판에서 3년 4개월 동안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도 아무런 자정 작용이 없었고, (피해를 입은 독립PD들은) 한없이 나약한 '을'로서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고 개탄했다.
이어, "제보 받은 것 말고도 다른 녹취록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며 "불공정한 갑을 관계를 바꾸지 않는 한 제2의, 제3의 '리얼스토리 눈'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MBC 전경 (사진=황진환 기자)
◇ 모든 권리는 방송사가, 모든 책임은 제작사가한 분과장은 또한 '리얼스토리 눈'이 독립PD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너무 많이 했고 △선정성을 강요했으며 △모든 권리는 방송사가, 모든 책임은 제작자가 지게 했고 △서바이벌 시스템을 채택했고 △인격모독을 했다는 점을 비판했다.
한 분과장은 "MBC PD조차도 출발부터 기형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정도"라며 "취재처가 승인하지 않았어도 끝까지 취재를 하라고 한다. 찍든지 녹음을 하라는 얘기다. 공익적인 내용, 확정된 사실보단 출연자 개개인의 사생활을 폭로하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한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방불특위에 따르면 '리얼스토리 눈'은 지난 14일 기준 총 716회 방송 중 75건의 다시보기가 삭제된 상태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되거나 방통심의위원회에서 다뤄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개인 간 치정, 재산 분쟁, 사건사고 등 갈등의 증폭과 폭로 위주의 아이템이 많았기 때문이다.
외주제작사와 독립PD들에게 불리한 계약서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리얼스토리 눈' 외주제작 계약서 발췌본에 따르면 "'프로그램'의 제작부터 완성까지 제작의 전 과정에서 '을'의 귀책사유로 발생하는 모든 민·형사상의 책임은 '을'에게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간접광고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방통위에서 제재 조치를 받을 때에도 '을'이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나타나 있다.
김옥영 제작사 특대위 상임고문은 "('리얼스토리 눈'에서) 근무하는 PD와 작가들의 평균 근속 개월수가 3~4개월이다. 하루 만에 그만둔 사람도 있다"며 "방송 산업계가 굉장히 부조리한 상황에 놓여있다. 산업적으로 성장하면서 긴 세월 동안 축적해 온 것이며, 아무도 이를 중간에 바로잡지 않아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방불특위와 제작사 특대위는 "'리얼스토리 눈'은 서바이벌 시스템을 적용하여 제작사 간의 극심한 경쟁을 유도했고, 제작진에게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아이템 발굴과 무리한 촬영, 편집을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제작진에게는 차마 입에 담기 조차 힘든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고, 방송 윤리나 출연자의 권익 보호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정시설 내 몰래카메라 촬영 사건, 배우 송선미씨 부군의 장례식장 몰래카메라 촬영 사건 등 사회적·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제작사와 독립 PD에게 전가하고, 본인은 직접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리얼스토리 눈'과 같은 방송계 내부의 적폐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진정한 방송 정상화'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며 △MBC는 '리얼스토리 눈' 관계자를 중징계할 것 △'리얼스토리 눈' 관계자는 그동안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모든 제작진에게 석고대죄할 것 △MBC는 이와 같은 갑질과 횡포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수립할 것 3가지를 요구했다.
한편, MBC는 방불특위의 항의 집회가 있던 1일 '리얼스토리 눈 제작진 입장'이라며 "MBC가 외주제작사에게 무리한 취재를 지시하고 책임을 전가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문제제기 및 집회 개최는) 파업의 불씨를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닌지 그 취지의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담당 CP를 향한 인격 모독적인 비난과 명예훼손성 발언도 즉시 중단해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