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감사원 제공)
감사원이 금융감독원에 대한 기관운영감사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비리에 연루된 직원들에게 강도 높은 징계가 요구된 데 반해 비리행위의 결재 선상에 있던 금감원 수뇌부들은 사실상 '면죄부'를 받아 형평성·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20일 오후 2시 금감원 기관운영 전반과 금융소비자 보호 등 주요 사업을 점검해 총 52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3건에 대해서는 통보, 8명에 대해 문책(경징계 이상) 요구, 인사자료 통보 3명, 검찰 수사의뢰 28명 등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지난해 발생한 채용비리와 유사한 부당 채용 사례를 적발해 엄정한 책임추궁을 통해 재발 방지를 도모하고 금감원의 금융감독 업무 타당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감사는 금감원의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변호사 채용비리와 검찰 수사를 계기로 한층 강력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에 대한 정례 감사 차원이기는 하지만, 채용비리가 불거진 뒤 첫 감사라는 점도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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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징계대상이 대부분 부하직원들에 그치고 정작 '윗선'은 하나같이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특히 '2016년도 5급 신입 일반직원 채용업무 부당처리' 건의 경우 서태종 수석부원장, 김수일 부원장보 등 주요 임원들의 책임이 인정됐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무징계 처분을 받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당 건은 ▲ 필기전형 합격 예정인원을 53명에서 56명으로 증원 ▲ 서울 소재 대학교 졸업자를 지방인재로 분류해 심사 ▲ 2차 면접전형 합격자 결정 업무 부당처리 등이 골자다.
이모 당시 총무국장이 지인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일련의 전형에서 유리한 정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서 부원장과 김 부원장보의 경우 관련 보고를 받고 결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감사원 측은 금감원 인사관리규정 등을 근거로 임원에 대해 징계를 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서 부원장에 대해서는 "금감원 임원으로서 당연히 준수해야 할 성실 경영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비위내용을 통보하오니 금융위원장은 인사자료로 활용하기 바란다"고 통보했다.
김 부원장보의 경우 퇴직한 점을 감안해 "금감원장은 재취업, 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 활용하시고, 인사혁신처에 통보해 공직후보자 등의 관리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고 통보했다.
앞서 김 부원장은 최수현 전 금감원장 시절 행정고시 동기인 임영호 전 국회의원 아들의 특혜채용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3일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선고 당일 제출한 사표를 최흥식 금감원장이 아무런 징계 절차 없이 수리해줘 봐주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결국 이들 모두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인사자료' 정도로만 활용하라고 관계기관인 금감원에 요구하는 데 그친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공공기관 임원급에 대한 제재 수단이 없다"며 "현직 임원의 경우 금감원 내부 징계 대상이 아니어서 징계할 수 없다. 그래서 인사권자에게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감사원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게 금융기관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 근거가 미비하거나 불명확한 경우 제재 근거를 마련하고 검사서와 조치안에 제재 양정의 사유를 기재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반면, 당시 채용과정에 연루된 팀장 2명과 실무자 1명은 정직 처분을 받게 됐다. 비리 당사자인 이 총무국장는 면직 처분을 받게 됐다.
공무원법상 견책, 감봉 등 경징계와 정직, 강등, 해임, 파면 등 중징계 절차로 나뉜다. 면직은 공무원 신분을 소멸시키는 임용 행위로 자의 혹은 타의로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극단적 불이익 처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내부에서는 윗선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비리 핵심 당사자인 이 총무국장의 경우 징계를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실무적으로 관여가 된 이들은 중징계 대상이 되고 임원들은 빠져나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서 부원장과 김 부원장보를 포함한 금감원 임원 13명 전원은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부원장보의 경우 징계 없이 사표가 수리됐고, 서 부원장의 경우도 사실상 사표 수리를 앞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 금감원장의 인사권 행사 외에 서 부원장에게는 책임을 물을 마땅한 수단이 없어졌고, 이미 사표가 수리된 김 부원장보 역시 책임 추궁이 요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