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유엔총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세계 각국의 북한 대사 추방이 잇따르면서 북한은 '고립무원' 처지에 놓였다.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이어진 이같은 조치로 47개국 중 약 10%에 달하는 나라의 북한 재외공관에 대사가 없는 셈이 됐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알폰소 다스티스 스페인 외무부 장관이 자국 주재 김혁철 북한 대사를 불러 추방 방침과 함께, 자국 내 북한 외교관 수도 줄일 것을 통보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스페인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어서 이번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멕시코와 페루, 쿠웨이트에서도 자국 주재 북한 대사 추방 명령을 내린데 이어 유럽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스페인에서도 추방 명령을 내린 것이다.
대사를 추방하고 외교관 수를 줄이는 것은 외교관계를 격하하겠다는 뜻이다.
그간 특별하게 독자적 행동을 보이지 않던 이들 나라가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것은 6차까지 이어진 북한 핵실험에 대해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북한 대사관이 상주하는 나라는 전세계 47곳(총영사관·대표부를 포함하면 54개)이지만, 4개국이 대사 추방을 명령하면서 약 10%의 공관이 '대사 없는 공관'이 됐다.
북한의 해외 상주공관은 2017년 8월 기준 네팔·라오스·말레이시아·몽골·미얀마·방글라데시·베트남·싱가포르·인도·인도네시아·중국·캄보디아·태국 파키스탄·멕시코·베네수엘라·브라질·쿠바·페루·독일·러시아·루마니아·불가리아·스웨덴·스위스·스페인·오스트리아·이탈리아·우즈베키스탄·영국·체코·폴란드·리비아·시리아·알제리·이란·이집트·쿠웨이트·기니·나이지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세네갈·앙골라·에티오피아·우간다·적도기니·콩고민주공화국(이상 47개국)이다.
앞으로의 분위기 역시 심상치 않다. 특히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호관계를 맺어 오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북한에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베트남은 6차 핵실험 이후 북한 단천은행 대표를 추방했다. 그는 베트남의 북한 최고위급 인사다.
김정남 암살사건으로 북한과 외교갈등을 겪었던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아직도 냉랭한 기류를 풀지 않고 있다. 대북한 교역액 3위를 기록하는 필리핀 역시 지난 8일 북한과 교역 중단을 발표했다.
지난 8월 필리핀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이례적으로 아세안 국가 외교장관들이 북한의 무력도발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 외교 관계자는 "북한에게 동남아시아는 '앞마당' 같은 곳"이라면서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대북 압박 외교를 펼쳤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외교 공관의 외교관 수를 줄이는 등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격하하는 전세계 국가들의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은 북한과 외교관계가 있는 21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관계 단절을 촉구하는 등 미국 정부와 의회는 앞으로도 북한을 더욱 강하게 옥죌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뉴욕에서 개최 중인 유엔총회를 계기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만약 미국과 동맹을 방어하도록 몰리게 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 파괴하는 것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강력 경고하며 이런 기류를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