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스틸컷)
볼거리는 많아졌지만 재미는 예전같지 않다.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이하 '킹스맨 2')이 엇갈린 평가 속에 베일을 벗었다. 매튜 본 감독 특유의 잔혹하면서도 '키치한' 감성과 감각적인 배경음악은 여전하지만 웃음이나 재미 면에서 전편만큼의 매력을 찾아 보기는 어렵다.
영화는 범죄 조직 '골든 서클' 때문에 위기에 처한 '킹스맨' 요원들이 미국 스파이 조직 '스테이츠맨'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시작된다. 더 규모가 큰 국제적 범죄 조직을 소탕해야 되기 때문일까. 기존 '킹스맨' 요원들인 해리(콜린 퍼스 분), 에그시(태런 에저튼 분), 멀린(마크 스트롱 분)은 '스테이츠맨' 요원들인 진저(할리 베리 분), 데킬라(채닝 테이텀 분), 위스키(페드로 파스칼 분) 등 뛰어난 능력치를 가진 요원들과 합작을 벌인다.
문제는 이들의 역할이 다소 애매하게 설정됐다는 사실이다. 시리즈에 새로 나타난 캐릭터들의 시작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위스키 한 명 빼고는 좀처럼 인상적인 활약을 남기지 못한다. 화려한 액션을 제외한다면 성격적인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캐릭터들은 힘을 잃기 시작한다. 속편을 위해 이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주지 않으려던 감독의 의도일 수 있겠으나 록시(소피 쿡스 분), 찰리(에드워드 홀크로프트 분) 등 조연까지 매력적이었던 '킹스맨 1'에 비해 캐릭터 구축이 허술하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사진=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스틸컷)
구원투수로 등장한 해리의 활약 역시 아쉬운 느낌이다. 50대 콜린 퍼스의 액션은 2년이 흘렀어도 전혀 녹슬지 않았지만 '킹스맨 1'의 교회 액션씬이나 펍 액션씬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그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감독의 원테이크 액션 기법은 여전한데 '킹스맨 1'보다 해리의 인간적인 내면에 집중해서인지 콜린 퍼스가 전편에서 보여준 괴물 같은 위력을 덜어낸 듯하다.
전편에 비해 탄탄해진 태런 에저튼의 액션 연기와 더욱 끈끈해진 해리와 에그시,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유일하게 영화에서 성장을 보여준 지점이다. 1편에서는 따로 활약했지만 이번에는 같은 요원으로 만나기 때문에 더 직접적으로 이들의 정신적 유대감을 묘사하는 대사들이 영화 곳곳에 있다.
한 박자씩 어딘가 모자란 상황에서도 매력적인 악당 포피, 줄리안 무어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매튜 본 감독은 포피가 구축한 세계를 재현하면서 가장 압도적인 미장센을 보여준다. '킹스맨'이나 '스테이츠맨' 몇 명보다 포피 한 사람의 존재감이 영화를 압도한다.
(사진=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스틸컷)
포피는 동남아시아 오지에 미국식 테마파크처럼 꾸며진 '포피 월드'의 주인으로 최종 보스처럼 결코 그 세계에서 나오지 않고도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포피는 로봇을 더 신뢰하면서 거리낌없이 사람을 죽이는 망가진 인격과 상냥하면서도 천진한 성격을 동시에 가진 소유자다. 이런 내면들이 맞물리며 그는 독특한 악역의 길을 걷는다. 과장된 원색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포피의 악행은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매튜 본 감독 연출의 가장 큰 특징은 스파이물을 핏빛 낭자한 느와르가 아니라, 마치 잔혹동화처럼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람 머리로 폭죽놀이씬을 만들었던 '킹스맨 1'처럼 '킹스맨 2'에서도 감독은 끝없이 펼쳐지는 잔인한 살육과 비극을 위트 있게 풀어낸다. '스테이츠맨' 요원 위스키가 눈 속에서 펼치는 역동적인 액션씬과 해리·에그시 콤비가 포피 월드 일당들과 맞서 싸우는 액션씬은 각 캐릭터들의 주된 무기나 성격에 맞게 적절히 배치됐다.
이번에는 영화를 통해 시대 상황을 풍자하기도 한다. 붉은 넥타이를 맨 막무가내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시키며 그의 운명이 결국 탄핵으로 끝맺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담아낸 장면이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담아내려 했으나, '과유불급'의 아쉬움이 남았다. 현재 '킹스맨 2'는 미국 로튼토마토에서 50%대의 신선도를 기록해 전작보다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리즈의 2편일 뿐이고, 회수해야 할 복선들도 많이 남았다. '킹스맨' 3편을 제작 중인 매튜 본 감독이 다음에는 어떤 선택과 집중을 보여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