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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표'에 무력한 정치, 사립유치원에 날개를 달아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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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 표'에 무력한 정치, 사립유치원에 날개를 달아주다

    • 2017-09-20 06:00

    [사립유치원, 핵심은 투명성 ③] 사립유치원 사태, 정치가 낳고 정치가 키워

    추석을 앞두고 예고됐던 사립유치원의 집단 휴업은 철회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보편적 추세인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에 맞서 설립자 혹은 원장들이 재산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CBS노컷뉴스는 당국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사립유치원의 민낮을 들여다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사유재산 이니까"…원장 가족도 먹여살리는 사립유치원
    ② 현실은 '원생 학습권' 보다 '설립자 재산권'우선
    ③ 사립유치원 사태, 정치가 낳고 정치가 키웠다
    ④ "고시합격한 줄" 피말리는 유치원 추첨…공공성을 찾아서


     


    사립유치원의 강력한 조직력과 영향력은 최근 휴원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다. 철학 없는 정책이 낳고 '표 되는 세력'에 무력한 정치가 키워낸 결과다.

    ◇사립유치원 표심에 '흔들' 유아교육이 '휘청'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 4월,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단설 유치원 신설을 억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모임이자 이번 휴원 사태의 주역인 (사)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주최한 자리에서였다. 유력한 대선후보 입장에서, 학부모들 보다는 막강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사립유치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정치하는엄마들' 조성실 공동대표는 "정치인이 겉으론 보육 관련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결국 조직화되지 않은 엄마들의 표가 아닌, 선거에 유리하게 적용될 발언을 선택한 데 굉장한 실망감과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회 등 정치권에 대한 사립유치원의 막강한 영향력은 국공립유치원 확대 관련 법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아교육법이 제정된 지 11년만인 2015년, 국회가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법 개정안에 처음으로 반영한 게 대표적 사례다. 그나마도 관련법은 국공립 설립의 조건으로 '유치원 수요가 급증하거나 유치원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 등을 달고 있다.

    사립유치원은 정치권에 지속적인 입김을 불어넣기 위해 단순히 조직표로만 승부하지 않고 활발한 로비를 벌이기도 한다. 국민의당 신학용 전 의원에게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하게 한 대가로 한유총이 3360만원을 건넸다는 사실은 지난 7월 대법원에서 판결을 통해 확인된 얘기다.

    ◇국공립 확대 구상은 사립유치원 조직력 앞에 제자리 맴맴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장에서는 국공립유치원 신설이나 증설이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경남 거제시의 경우 유아 보육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국공립유치원 수요가 높았음에도, 사립유치원의 반발로 최근 몇 년간 거제시내 단설 국공립유치원 설립이 세 건이나 취소됐다.

    우여곡절끝에 지난 해 공립 단설유치원 설립이 확정됐는데, 생존권 침해를 주장하는 사립유치원 측이 2년 넘게 결사 반대하는 바람에 기존의 병설유치원을 통폐합해 흡수하고 나서야 실행할 수 있었다. 거제시의 한 공립유치원 관계자는 "사립유치원은 증설과 신설이 자유로운 반면에 국공립유치원은 단설은 물론 단 한 개의 학급만 더 만들려 해도 들고 일어나 반대해버린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 공공성 확보 고민 없이 양적확대 이후…뒤늦은 질 관리에 갈등

    전문가들은 김영삼 정부 시절 '유아교육 공교육화'가 추진된 이래, 공공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법이나 계획 없이 유치원의 양적 확대와 선심성 정책에만 몰두했던 것이 이번 휴원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공주대 유아교육과 이일주 교수는 "우리나라 유아교육 정책은 선언적 의미에서 시작된 뒤 양적 확대에 치중해왔다"며 "이후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등 뒤늦게 질적 수준을 높이려는 시도가 시작되자 갈등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립유치원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원 마련도 불분명했던 2012년 누리과정 도입이 대표적이다. 육아정책연구소 박원순 박사는 "해당 구상은 체계적으로 교육계획에 의해 이뤄진 게 아니라 선심성 공약처럼, 무책임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국공립과 사립의 구분을 떠난 '교육 공공성'의 필요가 지적된다. 박 박사는 "사립유치원을 법인화하는 식의 관 주도적 공공화만이 공공성 실현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유아교육의 공공성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깊은 논의를 진행하는 한편 국공립과 사립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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