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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수액'에 의료진은 책임없다?…병원은 사과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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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레수액'에 의료진은 책임없다?…병원은 사과가 전부

    병원, 14시간 벌레 확인 못했지만 제조사만 책임

    이대 목동병원 수액 주머니에서 발견한 날벌레 (사진=환자 보호자 제보사진)

     

    5개월 영아에게 날벌레가 들어간 수액이 투여된 사실이 드러나 제조사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지만, 정작 '벌레수액' 투여를 방치한 이대목동병원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9. 19 [단독] 이대목동병원 5개월 영아에 '벌레 링거' 주입…식약처 조사)

    ◇ 병원 관리 문제 없다는 식약처...투여 과정에 대해선 "관할 소관 아냐"

    5개월 영아가 '벌레수액'을 최대 14시간 투여했다는 CBS노컷뉴스의 보도가 나간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의 수액 제조사 '성원메디칼' 제품을 회수조치하고 제조업무정지 등의 행정 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제조사가 제품을 필리핀에서 위탁제조한 후 육안 등으로 완제품 품질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품질관리기준을 위반했다는 것.

    식약처는 "병원 측의 수액세트 관리 실태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지만, 여기서 '관리'는 수액을 보관하는 병원 관리실의 습도 관리나 방충망의 설치 여부 등을 말한다. 문제의 수액을 직접 투여하는 의료 행위가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아니다.

    의료행위 자체는 식약처의 관리 소관이 아니기도 하다. 실제로 식약처는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이 '벌레수액'을 투여하는 과정에서 이물질을 제대로 확인했는지 여부를 조사하지 않았다.

    서울 이대목동병원 측이 20일 "병원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잘못은 인정한다"면서도 "식약처의 결론을 존중해 따로 내부 조치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배경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의 수액이 투여된 과정을 살펴 보면, 의료진이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5개월 영아가 맞은 수액은 17일 오전 6시에 설치된 뒤 오후 7시 30분이 돼서야 이물이 발견됐다. 그나마도 의료진이 조치한 게 아니라, 영아의 보호자가 발견한 것이다.

    의료진은 오후 5시쯤 바늘을 비롯해 '관리 실태에 문제가 없는' 수액세트를 교체했지만, 벌레가 담긴 수액주머니는 그대로 뒀다. 병원 측이 14시간 동안 문제의 수액주머니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하고 방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담당 의료인이 최종 확인 거쳐야...책임 안 지는 것은 문제"

    당국은 병원 측이 의료법을 위반했는지 관련법을 검토 중이지만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해당 병원의 의료행위 감독을 담당하는 양천보건소 관계자는 "담당자가 날벌레를 모르고 놔뒀다고 해서 처벌할 규정은 현재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상 관련 사례에 적확히 맞아 떨어지는 규정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단법인 한국의료법학회 김기영 학술이사는 "보건소 측에서 품위유지 위반 규정을 고려하는 것 같지만 고의성을 따지기 어려워 적용하기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병원과 의료행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았던 만큼, 병원 측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 신현호 겸임교수는 "해당 문제는 병원에서 담당 의료인이 최종적으로 확인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며 "명백한 잘못임에도 병원에서 책임도 지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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