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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자들' 최승호 PD가 밝힌 언론 장악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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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범자들' 최승호 PD가 밝힌 언론 장악 시나리오

    [노컷 인터뷰] "정치 권력에 망가져 기능 잃은 언론…국정농단도 그 결과"

    영화 '공범자들'의 감독 최승호 PD. (사진=영화 '공범자들' 스틸컷)

     

    국민에게 외면당해왔던 KBS와 MBC, 공영방송 노조원들이 결국 동시 파업에 나섰다. 지난 10년 동안 벌어진 정치 권력의 언론 장악 적폐를 청산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행동이자 의지다.

    '다시 마봉춘, 고봉순으로 돌아오겠다'는 이들의 슬로건에는 올 겨울 국정농단 사태 당시 추운 광화문 집회에서 시민들에게 외면당했던 아픔이 그대로 녹아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었다. KBS와 MBC는 권력의 통제 속에서 공영방송의 신뢰도를 계속해서 잃어갔고,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직접적인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제 더 이상 노조원들은 가만히 있지 않기로 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들을 손가락질하던 국민들은 파업 결정에 박수를 보내며 힘을 돋우고 있다. 누구나 한 마음으로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염원하고 있었던 탓이다. 25만 명 관객을 모은 영화 '공범자들'은 공영방송이 10년 간 처했던 내부 사정을 추적하면서 이런 뜻을 모으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화의 감독은 MBC 'PD수첩' 출신인 최승호 PD. 그에게 자신의 꿈을 펼쳤던 조직의
    치부를 파헤쳐 드러내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실을 끝까지 알려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이 있었기에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카메라를 들었다. 다음은 최승호 PD와의 7문 7답.

    (사진=영화 '공범자들' 스틸컷)

     

    ▶ 많은 매체 중에서, 왜 하필 영화를 선택했고 이런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었나.

    - '자백' 때도 그랬지만 일하다보면서 영화가 굉장히 파급력 있는 매체라고 느꼈다. 영화는 굉장히 저널리즘 정신을 구현하기 좋은 매체다. 실제로 방송이 그런 역할을
    잃어버린 후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꾸준히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저널리즘의 기능을 대체해왔다. 아마 내가 지금 방송사에 소속돼 'PD수첩'을 연출한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는 만들지 못했을 거다.

    ▶ KBS와 MBC 노조원들이 동시 파업에 들어갔다. 아마 2012년보다 더 길고 지난한 싸움이 될 것 같은데 영화가 파업을 향한 국민의 여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나.

    - 파업을 앞두고 있으니 영화가 먼저 개봉해 이 같은 내부 이야기를 사람들이 알게 된 후에는 파업 행위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파업을 더 일찍 했다면 개봉일을 앞당겼을만큼 이번 파업이 개봉일에 중요하게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까 어쨌든 이 영화를 많이 봐주셔야 한다. 그래야 더 공영방송, 언론을 개혁하자는 바람에 힘이 실릴 수 있다.

    ▶ 본격적으로 영화 속 '공범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본인에게 질문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 MBC 전 사장들이나 소위 권력자들은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도망가기도 하는데 그런 행동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그 정도의 고위 공직자였다면 당연히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들 중 일부는 공영방송의 언론인이었으니 질문을 받았으면 그에 따른 답을 해야 한다. 자신이 언론인이었을 당시에는 그렇게 질문하고 답을 들었으면서 왜 본인에게 질문이 가니 피해버리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이다. 당연히 일말의 가책도 없다.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정말 KBS를 위해, MBC를 위해 그렇게 했다고 믿고 생각할 것이다. PD 출신이라 내 직속 선배이기도한 안광한 전 사장이 그렇게 비상계단으로 도망갔을 때는 더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수십년을 알아 온 내 앞에서 거짓말하기가 어려웠으니 그렇게 행동했다고 생각해도 그랬다.

    ▶ 길환영 전 KBS 사장은 그래도 인터뷰를 피하지는 않더라.

    - 말은 했는데 그 말이 거짓말이었다. 그가 청와대 지시를 받고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사표를 내라고 한 건 다 밝혀진 이야기다. 갑자기 세월호 유가족들의 항의를 받아서 보도국장을 해임한 게 말이 되느냐. 그 전까지만 해도 공영방송이 유가족 이야기를 하나도 듣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그들 핑계를 대는 건 참 우스운 변명이다.

    최승호 PD와 김재철 전 MBC 사장. (사진=영화 '공범자들' 스틸컷)

     

    ▶ 동시 총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는데도 MBC 사측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여기에 반응하고 있다. 2012년 파업과 다른 점이라면 보직간부들 또한 대거 사퇴했다는 부분인데 상당히 고무적인 일인가.

    - 이미 국민 여론이 언론의 적폐를 청산하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금까지도 그 안에서 김장겸 사장과 함께하겠다는 건 MBC를 끝까지 망치겠다는 생각이다. 이제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주장하며 잘못된 행위를 합리화해보려고 하는 거다. 노조원들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파업을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뉘우친다면 기회가 있겠지만 아니라면 그냥 그들은 끝까지 '공범자들'로 남게 될 것이다.

    ▶ 어떻게 생각해보면 정치와 언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같다. 왜 정권은 그렇게 끊임없이 언론, 그 중에서도 특히 공영방송을 탐한 것일까.

    - 권력이 작정하고 망가뜨리면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어쩔 수가 없다. 권력 입장에서는 통제하면 편하니까 그렇다. 정치 권력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언론이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지도, 비판하지도 않는데 그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편하겠느냐. 사실 세월호 참사 보도와 같은 언론의 실패는 정치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유리한 공영방송 보도를 위해 KBS와 MBC를 장악했다. 언론이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4대강 사업, 국정원 댓글사건 등이 벌어졌고 더 나아가서는 국정 농단 사건까지도 벌어졌다.

    ▶ 해고 무효 소송에서 이겨 MBC로 복직할 수 있게 된다면, 다시 돌아갈 생각은 있나. 만약 해고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생각해 본 적도 있겠다.

    - 10년 동안 KBS와 MBC의 내부 구성원들은 정말 죽을만큼 힘들었을거고, 그러니까 이런 말을 하는 게 미안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나를 구해줬다고 생각한다. MBC를 나가고 나서도 내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사회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꿈을 접은 적은 없다. 비록 'PD 수첩'은 아니지만 그것이 이렇게 '자백'이나 '공범자들'로 이뤄지고 있다. 만약 당시 정권이 바뀌지 않아 무사히 MBC에 있었다면 지금쯤 간부가 돼서 탐사보도와는 먼 길을 걷고 있을 거다. 소송에서 이긴다면 당연히 MBC에 복직할거다. 무너진 MBC를 바로 세우는데 내가 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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