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본회의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상정되고 있다.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찬성 160명, 반대 134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가결 처리됐다. (사진=윤창원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에 대한 21일 국회 본회의 표결은 막판까지 긴장된 분위기 속에 가결 처리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결과는 '찬성' 160표로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
임명안 가결은 각 당이 총력을 기울여 표 대결을 펼쳐 승부를 가른 결과다. 이날 오전부터 각 당은 의원총회를 거듭 개최해 전략을 논의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표결 참여 최종 인원은 298명. 출석 의원의 과반이 가결 조건인 상황에서 150표가 필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이수 헌재소장 부결 사태 등 지난 실책을 감안해 세심하게 대응했다. 지난번과 달리 장관 신분인 의원들도 전원 표결에 임했다.
여당 의원들은 최선을 다한 만큼 긴장감 속에 개표 결과를 지켜봤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검표에 참여했던 박주민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결됐다는 표시였고, 일부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미리 자축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우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에 모든 정신을 집중한 듯 어울리지 않는 양복 상,하의를 입고 나와 표결에 참여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밖에 나와 "사법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찬성표를 던진 야당 의원들게 감사하다"며 사의도 피력했다. 이날 우 원내대표가 초록색 넥타이를 멘 사실을 놓고는 분분한 해석이 제기됐다.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색깔을 골라 어필했다는 해석이 나온 반면, 정작 본인은 고(故) 김근태 전 고문의 유품이라고 했다.
반면 '결사반대'에 나섰던 자유한국당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표결 결과가 발표되자 무표정한 표정으로 훌훌 자리를 떴고, 일부 의원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볼 것도 없다는 듯 미리 퇴장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본회의 전부터 여론전을 세게 펼쳤다. 기독교도인 한 의원은 기자실까지 내려와 김 후보자가 동성애에 찬성하는 판결을 했기 때문에 결코 대법원장이 돼선 안 된다는 취지의 전단지를 손수 돌렸다. 한국당 의원들은 앞서 김 후보자 청문 보고서가 낭독될 때 항의의 표시로 잠시 퇴장했다가 다시 입장해 표결했다.
그러나 반대 당론을 밀어붙였음에도 표 단속이 완벽하진 못했다. 극소수라곤 해도 일부 의원이 '찬성' 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가결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 밖으로 향하려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존중한다"면서도 "가결됐다고 이 분의 성향에 대한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끝까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던 국민의당은 큰 동요 없이 결과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김동철 원내대표가 본회의에 앞서 "가결을 예상한다"고 이미 예고한 바도 있었다. 그러나 당론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반대표가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고, 때문에 회의장 안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국민의당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안철수 대표를 설득하는 등 정치적 성과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김 원내대표는 "가결이든 부결이든 국민의당 의원들에 달려 있었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국당처럼 반대 당론을 사전 확정했던 바른정당도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최고위원인 하태경 의원은 직접 "찬성 표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른정당의 경우 강제 당론 없이 권고적 당론이 원칙이지만, 의총 결정 사항을 고위 당직자가 어긴 것을 놓고선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