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가결되자 기뻐하고 있다.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찬성 160명, 반대 134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가결 처리됐다. (사진=윤창원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과반에서 10표를 더해 총 160표를 얻으며 예상보다 여유롭게 통과됐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의당 의원들 중 최대 30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던 의원들 상당수가 찬성쪽으로 기운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여당의 물밑 협상과 함께 호남 중진들의 당내 설득 작업이 상당한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 "가결해줘도 앞으로 카드는 많다" 호남 중진들 과감한 설득
국민의당은 21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마지막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지원 전 대표, 정동영 의원이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동료 의원들을 향해 적극 설득에 나섰다. 이들은 완전한 자율투표에 맡기지 말고 표결 전에 권고적 당론을 미리 발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김 후보자가 도덕성에 흠결이 없고,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점,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들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설득에 나섰다는 점 등을 들어 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결시켜 줬는데도 협치를 안 한다면, 우리에게 많은 기회가 있다. 이번에는 가결시켜주더라도 만약 협치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민주당에 의해 다시 부인됐을 때 카드는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의원도 찬성 입장을 밝히며 "대법원장이 끝이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실제로 호남 중진들은 고심 중인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만나서 가결을 당부했다.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해 손학규 상임고문도 의원들 개개인에게 따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부결에 따른 부담감도 있는데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협조를 해줘야 향후 정국 주도권을 보다 강하게 쥘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의 노선을 자유한국당과 비슷하게 '반(反)문재인'으로 비쳐지게 해서는 안된다는 정략적 계산도 깔려 있다.
국민의당이 21일 국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 논의를 위해 의원총회를 가진 가운데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안철수, 호남 중진들과 거리감 재확인…국민의당 노선 주목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김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겨 호남 중진들과의 거리감을 재확인했다.
안 전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떠나 독립적으로 사법부를 수호할 인물인지 하는 단 한 가지 높은 기준을 적용해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법부 독립을 최우선으로 판단해달라는 당부로, 이념적 편향성과 코드 인사 지적을 받고 있는 김 후보자의 인준에 다소 부정적인 함의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읽혔다.
안 전 대표는 그간 공개석상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의원들 판단에 맡긴다"며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서 의견이 하나로 통일되지 못한 것은 여전히 갈등이 내재돼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표결 전에 의견을 모아 '권고 당론'을 정하자는 제안도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박지원 전 대표 등은 의견을 하나로 모아 찬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의견이 분분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와 측근들은 이같은 갈등설을 일축했다. 안 대표는 청주에서 가결 소식을 듣고 "우리 의원들이 사법부의 독립, 그리고 개혁을 위한 결단을 내려줬다"면서 "이번 국회 결정으로 사법부의 독립과 개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여당 그리고 청와대의 국회 모독으로 정국이 경색됐지만 국민의당의 결단으로 의사 일정이 재개됐고, 국민의당 의원들의 결단으로 대법원장이 탄생했다"고 국민의당 공을 강조했다.
안 대표의 최측근은 오전 발언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 "안 대표는 엄정한 중립을 지켰다. 가부 어느 쪽에 서지 않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