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금융감독원이 전관 출신 금융지주회사 대표의 청탁을 받고 채용비리를 저지른 정황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나면서 금융감독당국과 금융회사의 유착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범죄유형이 '채용비리'였단 점으로 미뤄, 특정 금융회사가 금융감독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여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발표된 감사원의 금감원 기관운영감사 결과에는 채용비리에 연루된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이병삼 부원장보 등 3명에 대한 검찰 수사의뢰 내용이 포함됐다.
감사원은 금감원에는 임원들에 대한 별다른 징계 수단이 없는 내부 규정상 '인사자료 활용' 정도로 통보했지만, 서 수석부원장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2016년 5급 직원 채용 과정에서 금감원 고위 임원을 지낸 한 금융지주회사 대표의 청탁으로 채용비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채용비리 대상은 한 국책은행 고위 간부의 아들 A씨로 현재 금감원 재직 중이다.
직접 청탁을 받은 인물로 지목된 당시 이모 총무국장은 청탁 주체에 대해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감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해당 금융지주회사 대표의 측근으로 전해졌다.
이 금융지주회사 측은 "이 국장에게 청탁 전화를 했다는 건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금감원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나 금감원 쪽에서 이번 건과 관련해 연락을 받은 적도 없는데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 수석부원장은 2차 면접 후 이 국장 등으로부터 합격자를 대상으로 세평을 조회하자는 말을 듣고 계획과 달리 세평 조회를 지시해 3명을 탈락시키고 지원분야가 다를 뿐 아니라 예비후보자보다 후순위자인 A씨를 합격시켰다.
당시 부원장보였던 김수일 부원장은 채용인원을 늘릴 특별한 이유가 없었는데도 이 국장이 채용 인원을 3명 증원하도록 결제해줬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의 초점은 서 수석부원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에게는 해당 금융지주회사 대표의 청탁이 없었는지, 청탁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한 바가 없는지 등에 맞춰질 전망이다.
이처럼 이들 고위 임원들의 형사 처벌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업계는 전관 출신 금융지주회사 대표의 청탁과 금융감독당국의 채용비리 그 자체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당장 금감원 고위 임원 출신인 한 금융지주회사 대표가 금감원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회자된다.
이른바 '금피아(금융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낙하산 인사로 금융지주회사에 가 감독대상이 된 뒤에도 여전히 감독주체인 금감원에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감독대상이면서도 금융감독당국인 금감원 직원에 지인의 아들을 채용하도록 해줬고, 실제로 A씨가 금감원 직원이 됐다는 점은 향후 '봐주기 감독' 여지를 열어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채용비리였다는 점도 논란이다. 인사를 총괄하는 총무국장이 지인의 청탁을 받아 실제로 A씨에게 유리한 정황을 제공해줬다는 점은 일반 지원자들과 형성평에서 현격한 차이를 둔 '특혜'였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사실이라면 전관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지주회장으로 있으면서 자기 사람을 심어 금융감독에 대한 선(先)무마 작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가 해당 금융회사에 감사를 한다면 100% 봐주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신의직장이라고 불리는 금감원에 이제는 빽 있는 사람만 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금감원은 혁신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환골탈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하지 않으면 향후 금감원 폐지 운동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 뒤, "이번 사태는 완전한 유착이고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최흥식 원장은 전날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 1차 회의에서 자문위원들에게 "(채용 과정에) 투명성을 제고할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에는 조경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조직문화 혁신 TF가 가동 중이다. 이 TF는 10월까지 혁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