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국공립 유치원 합격은 로또" 학부모들 고달픈 전쟁

사건/사고

    "국공립 유치원 합격은 로또" 학부모들 고달픈 전쟁

    [사립유치원, 핵심은 투명성 ④] "고시합격한 줄" 피말리는 유치원 추첨…공공성을 찾아서

    추석을 앞두고 예고됐던 사립유치원의 집단 휴업은 철회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보편적 추세인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에 맞서 설립자 혹은 원장들이 재산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CBS노컷뉴스는 대다수 학부모들이 원하는 당국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사립유치원의 민낮을 들여다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사유재산 이니까"…원장 가족도 먹여살리는 사립유치원
    ② 현실은 '원생 학습권' 보다 '설립자 재산권'우선
    ③ 사립유치원 사태, 정치가 낳고 정치가 키웠다
    ④ "고시합격한 줄" 피말리는 유치원 추첨…공공성을 찾아서


    (사진=자료사진)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에 사립유치원이 반기를 들며 논란이 거세다. 그러나 가장 고달픈 시간을 보내는 건 역시 학부모다.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오랜 '체감 불균형' 상태다.

    ◇ 최전선에선 '축 국공립유치원 합격'… 엇갈리는 희비에 한숨도

    "일단 '병설유치원 됐다' 하면 '로또' 맞은 것 같은 반응이죠."

    6살 아들을 병설유치원에 보내는 홍모(37) 씨가 처음 '공립유치원 합격' 소식을 전했을 때, 주변에선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 마냥 "부럽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현장학습비 등을 다 합해도 한 달에 3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비용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주요인이었다. 홍 씨는 여기에 "공교육과 연계가 되는 교육 체계도 맘에 든다"고 덧붙였다.

    역시 국공립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조민경(37) 씨는 유치원이 집에서 꽤 멀리 떨어졌다는 점도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 조 씨는 "더 어린 둘째 아이를 돌봐야 하니 등하원시키기가 힘들 것 같아 고민도 했지만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모두 가야 한다고 강조하더라"며 "지금은 교육 수준도 맘에 들고 선생님들도 좋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공립유치원 학부모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가운데, 사립유치원은 사뭇 분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었다.

    사립유치원에도 국공립과 차별되는 장점이 있다. 우선 수가 많아 주변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고 통원버스 운영도 가능하다. 김모(41) 씨는 "아파트 가까이에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사립유치원을 선택했다"며 "이곳도 (인기가 많아) 인원이 넘칠 땐 순번제를 운영하는데 저는 다행히 지인 추천을 받아 들어올 수 있었고 불만 없이 잘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또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나면 사립유치원 출신이란 '프라이드'도 있더라"며 "아직은 은연 중에 '누구는 어디 유치원 나왔다더라'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상당수 학부모들에겐 여전히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김현(45) 씨는 국공립유치원에 대기 신청을 했더니 '300번대' 대기번호를 받았던 경험을 했다. 도저히 여지가 보이지 않는 숫자였다. 결국 사립유치원을 선택하게 된 김 씨는 "당장 다음해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했는데, 아무리 허수가 많다 해도 어떻게 기대를 할 수 있었겠냐"며 "그래도 국공립유치원이 된다면 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은 소속 원아 수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소속 원아의 수는 국공립유치원이 사립유치원의 약 31.8%에 불과했다. 사립유치원의 원아가 533만 789명에 달하는 반면 국공립유치원의 원아는 170만 349명이었다.

    ◇ 후방에선 수백번 대 대기번호 쥐고 맘졸이는 예비학부모들

    (사진=자료사진)

     

    치열한 '합격 전쟁'의 후방에서 자라나는 아이를 바라보는 '예비 학부모'들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다. 국공립유치원이 이들에게 건네는 대기번호표엔 수백 번 대의 숫자가 덩그러니 찍혀있다.

    이지선(35) 씨의 대기번호는 150번 대다. 이제 막 돌이 지난 딸을 가진 이 씨는 "잘 돼봐야 6세나 7세쯤에 차례가 올 것 같다"며 "기다리다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사립유치원 등에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윤지(35) 씨 역시 "출산 전부터 신청해놓는 분들도 있었지만 아이를 바로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 없어서 100일 정도 후에 국공립어린이집에 대기를 신청했는데 벌써 300번 대까지 가 있더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공립 포기형' 학부모들도 생겨나고 있다. 국공립유치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경쟁이 치열할 게 뻔하니 일찌감치 관심을 접어버리는 것이다.

    이제 막 10개월이 된 아이의 엄마 김수연(33) 씨는 "아이가 학교 들어갈 때쯤이나 합격될까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 씨는 "주변에 국공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80% 정도는 만족하는 것 같은데 하도 안 된다, 안 된다 해서 아예 대기조차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더욱 애틋해진다. 김 씨의 옆에서 서 있던 김 씨의 어머니 이유애(59) 씨는 "월급쟁이들의 월급은 오르지도 않고 맨날 그 자린데, 아이들을 많이 키우려면 (사립유치원 학비가) 버겁고 힘들다"며 "옆에 보기 너무 안타까워 부모로서 돕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