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부문을 SK하이닉스 등 신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하이닉스가 실제로 도시바 메모리 지분을 인수하는 데까지는 갈길이 멀어 보인다.
도시바는 도쿄 현지시간으로 20일 이사회를 열고 도시바 메모리 자회사(TMC)의 지분 전부를 SK하이닉스 등 신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21일 공개했다.
매각 금액은 2조엔 우리돈 약 20조원을 조금 넘는 금액이고 수일내에(within a few days) 최종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도시바는 밝혔다.
도시바가 보도자료에서 매각 당사자로 이름을 거론한 것은 미국의 사모펀드 베인캐피털뿐이고 국제컨소시엄이라고 뭉뚱그렸지만 SK하이닉스와 일본 산업혁신기구 INCJ, 미국 애플과 컴퓨터 회사 델 등도 포함됐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베인캐피털이 이끄는 컨소시엄은 TMC 지분 49.9%를 갖게 되고 도시바 자신과 일본측 기업들이 50.1%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3조원을 베인캐피털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 전체 지분의 15% 정도를 보유하게 된다.
도시바가 이날 '수일내 계약체결' 의지를 밝혔지만 현실은 그렇게 빨리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지난 6월 1차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때는 한미일 연합군 내에 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일본 INCJ와 일본개발은행 등 당사자가 적었지만 공이 WD를 중심으로 하는 신 미일 연합으로 넘어갔다 이번에 다시 '신 한미일연합'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이른바 '선수'가 늘어났다.
아직 컨소시엄 내부의 지분율 등이 공개되지는 않고 있지만 미국의 애플이 하이닉스보다 더 많은 3조원대 후반을 투자할 예정이고 컴퓨터회사 델과 시게이트 등 당사자가 늘어났다.
참가자가 이렇게 늘어난 만큼 늘어난 참가자들끼리의 교통정리와 모두가 만족하는 합의안을 이끌어 내는 것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여기다 손안에 들어올 것으로 보였던 도시바 반도체를 다시 잃게 된 웨스턴디지털의 반발 강도도 더 세졌다.
실제로 웨스턴디지털은 일본 미에현 요카이치 공장에 대한 도시바의 단독투자를 금지해 달라는 추가소송을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제기했다.
매각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캘리포니아 법원 등에 제기한데 이어 다시 추가소송을 냄으로써 도시바가 신 한미일 연합에 넘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1일 도시바의 전날 이사회 결의사항 공개와 관련해 아직 주요사항에 대한 협의가 남았다며 향후 딜에서 이익에 부합하도록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도 조금 속도조절에 들어가는 듯한 뜻을 내비쳤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의 공식발표 이후 이날 공시를 내고 "도시바 반도체 사업의 지분매각과 관련하이여 도시바 이사회가 당사의 파트너인 Bain Capital이 포함된 컨소시엄과 매각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의했다"면서도 "도시바 이사회가 승인한 내용은 아직 주요 사항에 대한 협의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또 "향후 딜 프로세스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분 인수 자체에 급급하기 보다는 실리도 챙기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