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차별적, 비인권적 문구 자제해야
- 매년 조사하지만 같은 상품 재등장
- 기발한 것도 좋지만 차별은 피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고형준(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10분만 더 공부하면 남편의 직업이 바뀐다. 열공해서 성공하면 여자들이 매달린다. 내가 네 기억력이면 차라리 수영을 배워서 금붕어인 척할래.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으시죠? 전부 다 아이들 학용품, 노트나 필통 같은 그런 문구류 앞에 쓰여져 있는 광고 문구라고 합니다. 한 시민단체가 이런 디자인 문구들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므로 중단돼야 된다면서 지난 화요일에 국가인권위에다가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체 어떤 사례들이 더 모여졌을까요? 들어보죠.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의 박고형준 상임활동가 연결이 돼 있습니다. 활동가님, 안녕하세요.
◆ 박고형준>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믿기지가 않아요. 정말로 제가 읽은 저런 문구들이 아이들 학용품에 써 있었던 게 맞습니까?
◆ 박고형준> 특히나 청소년들은 이런 유행이나 개성 있는 문구들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상품들에 많이 노출되고 구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지금 제가 읽은 10분만 더 공부하면 남편의 직업이 바뀐다. 이거는 어디 써 있었던 거예요?
◆ 박고형준> 노트에 적혀 있었고요.
◇ 김현정> 노트에? 조그맣게 적혀 있는 거예요, 어떤 식으로 적혀 있어요?
◆ 박고형준> 이 문구가 적혀 있고요. 남편의 단정한 모습, 넥타이 찬 모습이 캐릭터로 있겠죠.
◇ 김현정> 그림으로? 그런 식이군요.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쭉 모니터링을 하셨다고요?
◆ 박고형준> 네. 2015년도, 16년도에 특정 업체에 대해서 조사를 했고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어요.
◇ 김현정> 이미 과거에도.
◆ 박고형준> 네네. 특정 업체에서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냐 이메일을 보냈더라고요.
◇ 김현정>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냐. 다른 데도 이런 거 많은데?
◆ 박고형준> 네. 생각해 보니까 합리적인 지적이이라고요(웃음) 그래서 올해는 대대적으로 온오프라인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몇 군데 몇 개 제품 하셨습니까?
◆ 박고형준> 4군데의 업체고요. 총 51건의 문구 상품을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 김현정> 진정을 넣은 것만 51건이나 돼요?
◆ 박고형준> 네네.
◇ 김현정> 어떤 어떤 게 적혀 있던가요,51건에는?
◆ 박고형준> 먼저 입시를 조장 문구로는...
◇ 김현정> 입시 조장 문구.
◆ 박고형준> 대표적으로 자꾸 까먹네 그러니까 살이 찌지. 개같이 공부해서 정승같이 살아보자.
◇ 김현정> 개같이 공부해서 정상같이 살아보자?
◆ 박고형준> 기억은 개똥 같지만 참 긍정적인 아이 너란 아이 짱짱짱.
◇ 김현정> 기억은 개똥 같지만 참 긍정적인 너란 아이. 그러니까 굉장히 비아냥거리는 거예요.
◆ 박고형준> 네네. 그렇죠.
◇ 김현정> 이런 것도 있고.
◆ 박고형준> 성차별적인 문구로는 네 얼굴이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
◇ 김현정> (웃음) 네 얼굴이면 너같이 못생긴 얼굴이면 공부 진짜 열심히 해야 돼 이런 소리군요?
◆ 박고형준> 네. 대부분 대화체인데요. 어머, 얼굴이 고우면 공부 안 해도 돼요.
◇ 김현정> 세상에.
◆ 박고형준> 이러한 차별적인 문구가 있었습니다.
◇ 김현정> 얼굴 고우면 공부 안 해도 돼요.
◆ 박고형준> 대부분의 이런 성차별적인 문구가 여성 차별적인 문구가 많았어요. 그런 것도 있고 지금은 판매를 안 하지만 문제제기했던 것 중에 노동자를 비하하는 문구도 있었는데요.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
◇ 김현정> 대학 가서 미팅할래 아니면 공장 가서 미싱 돌릴래, 미싱할래?
◆ 박고형준> 네.
(사진=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제공)
◇ 김현정> 이게 노트에 적혀 있었다고요,아이들 노트에?
◆ 박고형준> 네. 2년 전에 이게 논란이 돼서 회사에서 전량 회수했던 대표적인 문구 중에 하나입니다.
◇ 김현정> 참 심각한 여성 혐오도 있고 입시 조장도 있고 노동자 비하도 있고 지금 소개해 주신 것은 아주 일부잖아요.
◆ 박고형준> 그렇죠.
◇ 김현정> 저도 지금 자료를 가지고 있는데 보니까 이런 것 보이네요. 자니? 잠이 오니? 자로 맞을래? 이런 거 보이고.
◆ 박고형준> 그 상품은 실제 자예요(웃음)
◇ 김현정> 명문대가 나를 보고 오래요. 아주 대놓고 명문대 얘기를 하는 곳도 있고. 완전 웃긴다 너 그 점수에 잠이 와? 이런 것도 있고. 그래요. 어떤 분들은 그러실지도 모르셨어요. 그냥 웃자고 하는 걸 너무 죽자고 달려드는 거 아니냐, 무슨 그걸 가지고 진정까지 하느냐. 이런 분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 박고형준> 내부에서도 그런 혼란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표현의 자유보다는 차별적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이 돼서 이런 진정을 넣게 되었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표현의 자유 물론 중요합니다만 이런 비하 문구로 인해서 피해받는, 상처받는 사람들의 그 크기를 비교하면 이거는 마땅히 쓰지 말아야 될 문구다 이런 생각을 하신 거예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성차별적이고 비인권적이고 문제가 있는 문구들이 학용품에만 써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 주변 보면 굉장히 많죠.
◆ 박고형준> 출판계는 워낙 제목부터가 선정적인 것들이 많이 있고.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거요?
◆ 박고형준> 초등학교 4학년부터 SKY를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고. 오 가자 명문대. 오감자 아시죠, 과자?
◇ 김현정> 오감자.
◆ 박고형준> 오 가자 명문대라고 상품을 이렇게 문구를 활용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고요.
◇ 김현정> 이런 문구를 보면서 예를 들어서 아까 뭐 있었어요? 개같이 공부해서 정승같이 살아보자라든지 네 얼굴이면 공부를 레알 열심히 해야 돼, 얼굴 고우면 공부 안 해도 돼요. 이런 거, 이런 문구에 대한 아이들 반응은 어때요?
◆ 박고형준> 좋으니까 그게 잘 팔리고.
◇ 김현정> 잘 팔린대요, 이런 것들이?
◆ 박고형준> 네. 그리고 일선 학교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이것 참 막막하다, 학생들은 다 쓰고 있는데.
◇ 김현정> 그러니까 기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이게 참 기발하다. 재미있다. B급 문화 이런 거.
◆ 박고형준> 마치 10분만 공부하면 정말 아내 얼굴이 바뀔까요? 남편의 직업이 바뀔까요? 그것은 과장 광고, 거짓 광고이고 현실과도 안 맞는 광고들이 더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릇된 혐오의식이나 차별의식을 가르쳐준다고 하면 차별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그런 생각이 들기 때문에.
◇ 김현정> 그래서 나서신 거예요. 여러분, 학부모님들 지금 듣고 계시면 아이들 공책 한번 보세요. 연습장 한번 보십시오. 자도 보십시오. 혹시 그 문구 중에 기발함을 넘어서서 이건 좀 아이들에게 두면 뭔가 문제가 있겠다 싶은 문구는 없는지. 오늘 한번 쭉 살펴보시는 것 좋겠습니다. 활동가님 고맙습니다.
◆ 박고형준> 고맙습니다.
◇ 김현정>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의 박고형준 상임활동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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