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총회에서 기조연설 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제72차 유엔 총회 참석차 3박5일의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 길에 올랐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취임 첫해 유엔 총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평화적 해결'이라는 큰 원칙 속 북한 도발에는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다는 자신의 대북구상을 국제사회에 천명하며 북핵 공조의 저변을 확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완전파괴(totally destroy)'라는 핵폭탄급 발언을 쏟아낸 곳에서 '평화'를 32회나 언급하며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을 재차 강조했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홍보 행사와 금융‧경제인과의 만남 행사를 주도하며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와 '코리아 세일즈'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다.
다만 대북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러시아 정상과 별도의 교류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 한·미·일 북핵 공조 재확인 속 한반도 평화 원칙 재천명…다자외교 드라이브도문 대통령은 이번 뉴욕 일정에서 당면 현안인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까지 참석한 한·미·일 정상 업무오찬에도 참여하며 세 나라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한 제재와 압박을 극대화한다는 데 이견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압도적인 군사력의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하고, 한국의 최첨단 군사자산의 획득과 개발 등을 통해 굳건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유지·강화와 한국과 주변지역에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배치를 확대하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미·일 정상 오찬 회담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한·미·일 정상 업무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무역거래를 하는 외국은행과 기업, 개인을 겨냥한 새 대북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두고 한·일 정상이 한목소리로 지지의 뜻을 나타낸 것도 의미 있는 대목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도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모든 나라들이 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북한이 추가도발하면 상응하는 새로운 조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와 제6차 핵실험 등 도발을 감행한 것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새 대북제재 결의가 철저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그러나 제재와 압박의 궁극적 목표가 결국 대화를 통한 평화적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을 국제사회에 재천명하며 북한과의 대화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의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게 북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보수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 모두 (이 말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미국 보수층 일각에서 제기되는 '군사 옵션 가능성'을 불식시키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핵 문제가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대결구도로 고착화되는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유엔의 적극적 중재 역할"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안했고, 영국‧이탈리아‧이라크 등과 잇따라 양자회담을 가지며 다자외교에 드라이브를 걸기도 했다.
뉴욕 주요 금융·경제인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美경제인 상대 북핵 리스크 불식 분투…'평창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불리는 뉴욕에서 주요 금융·경제인을 직접 만나 이른바 '북핵 리스크'를 불식시키고자 한 노력도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뉴욕의 금융·경제계 거물들을 대상으로 직접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명하고 한국에 대한 투자를 요청하는 국가투자설명회를 열고 "지금이야말로 다시 도약하는 한국경제에 투자해야 할 시점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린다"며 연이은 북한 도발이 우리 경제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집중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경제 현황을 설명하며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한·미 동맹이 굳건함을 언급하며 안보 상황이 한국경제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외에서 한국경제 현황을 설명한 사례는 많았으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현지의 경제인들과 질의응답을 한 적은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금융·경제인과의 대화'에 참석했던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은 "대통령이 진솔하게 의견을 피력해 위안이 됐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양국 간에 많은 투자가 유치되길 원한다"고 말했는데 대통령의 이런 노력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뉴욕 도착 첫날부터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전'에도 힘을 쏟았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대화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각국 정상들과 만날 때마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참여를 당부하며 이들에게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을 일일이 선물했다.
20일에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평창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대회조직위, 강원도가 공동 개최하는 '평화올림픽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행사에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평창은 어렵지만 가치 있는 도전에 나서려고 한다"며 "그것은 북한이 참여하는 평화올림픽을 성사시키는 것"이라고 거듭 북한 선수단의 참가를 재차 제안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IOC와 함께 인내심을 갖고 마지막까지 노력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일 업무오찬을 진행한 것과 비교해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러시아 정상과 별도의 교류가 없었던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