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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1주년] 혁명은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사회 일반

    [촛불1주년] 혁명은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마을 민주주의 '꿈틀꿈틀'… 그 현장을 가보니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7길의 골목에 '말하는 CCTV'가 설치되기 전(상)과 후(하)의 모습. (사진=마포구 제공)

     

    지난해 10월 29일은 국정농단에 분개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 날, 바로 촛불혁명의 도화선이 된 날이다.

    촛불혁명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운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시민들의 일상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왔다.

    1천 만 명이 모여 사는 서울에서도 여러 형태의 민주주의가 실험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마을공동체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골목길에 다가서자 '말하는 CCTV'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쓰레기 무단투기 촬영중입니다. 적발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오니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지 맙시다"

    그동안 각종 경고판을 붙이고 현수막을 내걸어도 쓰레기 불법투기가 근절되지 않던 곳인데, 이 '말하는 CCTV' 설치 이후 쓰레기가 종적을 감췄다.

    이 CCTV는 이동배치가 가능한 CCTV로 고정형 CCTV 가격의 1/10 수준인데다, 관리 비용도 적고, 녹화된 영상도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다.

    주민들은 쓰레기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자 관광객들 앞에 떳떳해졌고, 지긋지긋한 악취에서도 해방됐다. 환경 미화원들 업무도 물론 줄어들었다.

    CCTV가 설치된 것은 올해 7월이다. 마을 주민들이 정책을 제안하고 그 후에 예산이 반영됐다.

    정책을 제안한 마포구 주민 조정희씨는 "마을에서 꾸준히 만나오는 주민들이 10여명 된다. 그들과 함께 마을 문제를 이야기하던 끝에 마을 문제를 해결하는데 예산을 지원해 준다고 해서 제안했다"고 말했다.

    해당 예산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재원을 신청하면 서울시가 심사 과정을 거쳐 예산을 편성해 주는 이른바 시민 참여 예산을 말한다.

    이렇게 주민들이 예산 편성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재정 민주주의’라고 하는데, 작년 촛불혁명 이후 시민들의 참여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고 한다.

    서울의 한 구청 예산팀장은 "올해 시민 참여 예산에 대한 주민들의 열기가 확실히 뜨겁다"며 "작년에 비해 높아진 건 사실이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신청해 온 예산을 심사하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두고 있고, 최종적으로는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 대상 사업을 선정한다.

    서울시 박숙희 시민참여예산반장은 "올해 시민 투표에 참여한 인원이 지난해 보다 약 7천명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서 만든 정책이 아닌 주민들의 일상에서 나온 것이라 주민 호응이 좋기 때문에 그 관심 또한 커진 것으로 보인다.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시민 참여 예산 사업들은 서울시에서만 셀 수 없이 많다.

    강서구는 폐지수거 노인들에 대해 형광색 띠를 제공해 안전성을 높였고, 노원구에서는 치매 공동돌봄 사업 ‘두드림’을 시행해 박수를 받았고, 광진구의 찾아가는 장난감 도서관 역시 주민들에게 갈채 받았는데, 모두 시민 참여 예산 사업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사업들이 대부분 마을 공동체에서 제안한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마을공동체사업은 박원순 시장의 주창으로 서울시가 2012년부터 시행해 오는 정책이다.

    마을 공동체는 마을의 의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해결하는 분권과 자치의 실험실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작년 촛불혁명 이후 시민들의 일상에서 공동체 의식이 성숙하게 된 계기가 됐다. 마을을 통해 민주주의가 심화된 것이다.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추방 대책위는 5년간 주민들끼리 식사를 함께 하면서도 공동체 의식을 키워왔다. (사진=용산화상경마장 추방 대책위원회 제공)

     

    지역에 들어선 화상경마장을 다른 데로 옮기는데 성공한 도 촛불혁명의 영향을 받았다.

    김경실 대표는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바꾼 이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며 "그 것이 계기가 돼 지치지 않고 싸움을 해왔고, 언젠가 부터는 싸움을 즐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대책위가 5년간 활동하다 보니 같이 참여한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형성됐다"며 "앞으로 이 모임을 해체하지 않고 마을 공동체로 발전시켜 나갈 방법으로 본격적으로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자치분권'과 '주민참여'를 국정과제로 포함시킨 만큼 시민 참여 민주주의는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서울시가 추진해 온 마을공동체 6년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서울연구원 안현찬 부연구위원은 "마을공동체 사업 시행이후 2015년까지 의미 있는 개인적 사회적 변화를 경험한 13만명의 주민들이 등장했다"며 "이는 마을공동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숫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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