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박지원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송영길 인천시장 등 야권 주요 인사를 상대로 광범위한 여론 및 심리전 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위는 25일 '정치인·교수 등 MB정부 비판세력 제압 활동'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개혁위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지난 2009년 취임 이후 '심리전단' 조직을 이용해 MB정부에 비판적인 정치인과 교수에 대한 비판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털사이트 다음(Daum) 아고라나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해 MB비판, 정부정책 반대 의사를 밝힌 주요 인물들을 상대로 온·오프라인을 통한 비판활동을 폈다.
개혁위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MB정부 책임론 등이 불거지자 대응 논리를 개발해 심리전에 활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지원, 송영길 의원 등 야권 인사들이 주요 타깃이 됐다. 박지원 의원은 당시 야당인 민주당 원내대표였고, 송영길 의원은 민주당 소속 인천시장이었다.
국정원은 노 전 대통령 자살에 대한 MB정부 책임론과 관련해, 자살과 범죄와는 별개로 수사결과를 국민 앞에 발표해야 하고 대통령 재임 중 개인적 비리를 저지른 자연인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대응논리를 폈다.
또 "인천시를 대북평화 전진기지로 조성하겠다"는 송영길 인천시장과 MB의 러시아 방문을 비난했던 박지원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심리전 대상에 포함시켰다.
청와대 민정수석인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장 폐콘크리트 매립' 주장을 정치교수 선동으로 규정하고 심리전을 전개했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의 경우 당시 중앙대 교수 재직 시절 보수 논객으로 분류된 이 교수가 MB정부를 비판하자 좌파교수로 규정하고 퇴출, 매장을 위한 여론을 조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외에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현 창원시장), 최문순 강원지사, 유시민 작가, 김만복 전 국정원장, 장하준 교수, 극우논객으로 이름을 날리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김재윤 전 의원 등도 심리전 대상에 포함됐다.
국정원은 온라인뿐 아니라 언론 기고, 보수 단체를 활용한 지역신문 시국광고 등 오프라인 활동도 병행했다.
또한 국정 지지여론 조성을 위해 보수 인터넷 매체인 '미디어워치'를 이용해 특정 정치인 비평기사를 보도하도록 하고, 삼성 등 26개 민간기업과 한전 등 10개 공공기관에 광고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조선·동아 등 중앙 일간지에는 보수단체 명의를 활용해 광고비를 지원하며 시국광고를 게재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자유민주수호연합, 어버이여합 등 보수단체를 동원해 집회와 성명발표를 지시하기도 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그러나 청와대가 특정인을 비방하는 댓글 활동을 지시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개혁위는 "청와대 민정, 홍보, 기획관리비서관이 지방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세평과 동향정보 수집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비방을 지시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개혁위는 다만 "원 전 원장이 일일 브리핑에서 야권과 특정 정치인 선거 관련 대응을 수시로 지시했고 담당부서는 외곽팀을 활용한 현안대응 심리전을 전개했다"고 밝혔다.
개혁위는 원 전 원장 등을 정치관여와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