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26일 취임사를 통해 이분법적 이념잣대에 맞서 '사법부 독립'을 굳건히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법관 등 인력 확충, 상고심 제도 개선, 수평적 사법행정에 대한 의지도 내보였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임기를 시작하면서 개인적 영광보다는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안팎의 현실이 참으로 엄중하고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국법관회의의 개혁 요구, 검찰 및 정치권과의 적폐수사 관련 갈등 등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그는 "대법원장의 권위를 앞세우기보다는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항상 살피고 유념하겠다"며 "'좋은 재판'의 실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필요한 개혁의 과업을 차분하고 진중하게 추진해 나가면서, 누구와도 대화하고 논의하며 경청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사고와 진영을 앞세운 흑백논리의 폐해는, 판결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어 급기야 법관마저도 이념의 잣대로 나누어 공격의 대상으로 삼기에 이르렀다"면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하는 것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임을 한시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김 대법원장은 법관들의 심기일전도 당부했다. 그는 "효율적이고 신속한 재판도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가치지만, 이로 인해 적정하고 충실한 재판이라는 본질적인 가치가 훼손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거나 "전관예우의 우려를 근절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법관의 책임성을 강화함으로써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모든 것과 결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실한 재판을 위해 필요하다면 법관 및 재판지원 인력의 증원 등 좋은 재판을 위한 인적, 물적 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한편 "상고심 제도의 개선도 사법신뢰 회복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은 최종심이자 법률심으로서 사회의 규범적 가치기준을 제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상고허가제, 상고법원, 대법관 증원 등 여러 방안들을 보다 개방적인 자세로 검토하고 사회 각계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법행정이 재판의 지원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을 실천하겠다"며 "사법행정에 관한 의사결정 및 집행과정에서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