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재정신청 사건에서 검찰의 무성의한 대응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2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진태 의원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이하 실천본부)가 김 의원의 공약이행률을 3위로 평가해서 공표했다는 문자 메시지는 일부 세세한 부분이 진실과 약간 다르거나 다소 과장됐다고 볼 수는 있어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해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 당내 총선 경선 기간이 시작된 지난해 3월 12일 '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고발됐다.
당초 검찰은 김 의원이 문자를 보낼 당시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고 무혐의 처리했다. 그러나 춘천시 선관위가 불기소 처분의 적절성을 판단해달라며 재정신청을 법원에 제기했고, 법원은 기소 명령을 내려 재판이 진행됐다.
재정신청은 범죄 피해자가 검찰에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불기소처분한 경우 그 결정이 타당한지 법원에 묻고 타당하지 않다면 기소를 강제하는 제도다
그러나 대부분의 재정신청 사건에서 검찰은 무성의한 대응으로 일관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김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검찰은 유죄 입증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시종일관 소극적 태도로 임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지난 7월 7일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서 서울고법 형사7부 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가 항소에 대한 검찰 측 의견을 묻자, 검사는 "피고인의 항소 이유는 1심에서도 주장했던 내용"이라며 "그에 대해 다른 의견은 없다"고 짧게 말했다.
검찰이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자 첫 공판은 14분 만에 싱겁게 마무리됐다.
지난 5월 19일 열린 김 의원에 대한 1심 재판부의 선고 과정에서도 검찰은 구형을 아예 포기해 버렸다.
당시 재판부가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지만, 검찰은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해달라"며 구형을 포기했다.
검찰은 김 의원 사건 뿐만 아니라 역시 재청신청으로 재판이 시작된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재판에서도 구형을 포기했고 염 의원에겐 벌금 80만원이 선고됐다.
법조계에서 법원이 공소제기를 결정한 사건에 대해 당초 불기소처분을 내렸던 검사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공정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이 늘 있어왔다.
참여연대는 "구형을 포기하거나 심지어 무죄를 주장하는 검찰은 재정신청 사건의 공소유지를 맡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해왔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 사건의 경우 검찰의 무성의한 공소유지가 무죄 판결에 직접 영향을 줬는지 판단할 수 없지만, 공익의 대표자인 검찰이 적극적 변론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변호인측의 주장만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국회에서는 "공소유지변호사제도를 도입해 재정신청제도를 통해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한 공소 유지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