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진=자료사진)
국가정보원이 1급 고위직에 이은 하위직 인사에서도 물갈이 기조를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BS가 여권과 국정원 개혁위 등을 상대로 취재한 바를 종합하면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달 하순 1급 고위직을 전원교체한 뒤 9월 들어 2, 3급 실·처장에 이어 4급직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의 주요 기준은 과거 정권에서 적폐행위에 얼마나 관여했는지였다. 원세훈 전 원장시절에 국정원이 MB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블랙리스트로 묶어 온·오프라인 상에서 각종 제압 활동을 벌이는 등 국내정치에 깊숙히 가담한 직원들을 한직에 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력 재배치가 이뤄진 것이다.
하위직급 가운데서도 적폐행위 가담정도가 심한 직원이 있을 수 있지만 면직같은 중징계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여권의 한 인사는 "가담 정도가 심한 고위직은 검찰에 수사의뢰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하위직들은 인사조치를 통해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급직원에 대한 처벌이 엄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은 조직 특성상 위계질서가 강해 상부 명령을 거부하기가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지 않고 가혹한 처벌이 있을 경우 내부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고위직에 대한 수사 의뢰나 2, 3, 4급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에도 현재까지는 조직 내부에서 이렇다할 동요나 반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하위직급이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인사상의 불이익 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내부 반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의 여권 인사는 "과거에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이 있는데다 국정원 조직 성격상 반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내부 분위기를 잘 살펴서 직원들의 사기저하나 위축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 국정원법 등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하는 행위들이 비일비재했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인사권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잘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안받으면 정도가 아니지만 하급직원들까지 처벌 범위를 확대하면 숫자가 너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잘못된 행위에 가담했던 하위직 문제에 대한 적절한 원칙과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