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이철우 의원과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 (사진=자료사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의 '보수통합' 움직임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양당 3선 중진의원들은 27일 오후 국회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보수통합 실무 협의체 격인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모임을 주선한 한국당 이철우 의원은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추진위를 만들자는 계획을 당 지도부에도 얘기하고, 10월11일에 3선 의원들이 다시 만나서 어떤 형태로 만들건지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에게 제안해 이뤄진 이날 회동에는 모두 12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두 의원을 포함해 한국당에선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여상규, 유재중, 이명수, 홍일표 의원 등 8명이, 바른정당에선 김용태, 이종구, 황영철 의원 등 4명이 자리했다.
김영우 의원도 회동 후 "대한민국 보수가 하나로 뭉쳐야 되는 것 아니냐', '한국당도, 바른정당도 건강한 수권정당으로서의 이미지가 약하다. 보수가 뭉치면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바른정당 의원들은 11월13일 전당대회 이전에 통합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전대 이전에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오갔다"고 밝혔다. 만찬장에서는 "보수 대통합을 위하여", "우리는 하나다"라는 건배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양측의 메시지도 '반(反) 문재인 정권'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논리는 현 정부가 안보 위기 상황에 적폐청산을 앞세워 내부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만큼, 보수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주도하는 의원 모임 '열린토론, 미래'도 이날 오전 토론회를 열어 한 목소리를 냈다. 정진석 의원은 "무소불위의 공포 정치, 독선, 아집과 그들만의 주장만 옳다고 하는 철저한 편가르기식 정치가 지금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했다.
'부부싸움 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정 의원은 다시 노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며 참여정부 때 생산된 국정홍보처 공문을 꺼내들었다.
이 공문은 2009년 문제제기가 이뤄졌던 것으로 "언론보도에 대한 정부이방을 밝힘으로써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한다",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 기사에 부처의견 실명 댓글 게재"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함께 모임을 주최하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도 "저도 뜻을 같이 한다"며 정 의원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국가기관이 몰래 민간인을 동원해 자금을 지원하며 무차별적인 공격성 댓글을 달았다는 'MB 정부 댓글' 의혹과, 실명과 함께 정책 내용을 적시한 해당 건을 평행선상에서 비교하는 게 적절한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이 같은 통합 기류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당내 김무성 의원과 일부 친이명박계 인사가 적극적으로 통합 흐름에 호응할 뿐, 대세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당과의 만찬회동에도 바른정당 내 전체 3선 의원 7명 가운데 통합파 4명만 참석해 '반쪽 회동'에 그쳤다.
바른정당 싱크탱크인 바른정책 연구소가 지난 23일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 결과도 통합 보다는 '자강'에 힘이 실렸다.
해당 보고서에는 "한국당은 부정부패, 수구, 불통, 불법 등 온갖 부정적 이미지로 가득하다. 이런 당과 연대 논의가 나오는 것 자체를 납득하지 못한다", "한국당과의 연대나 합당은 과거로의 회귀" 등 통합에 부정적인 당원들의 의견이 게재됐다. 면접은 19대 국회 이후 입당한 서울지역 신입당원 40명 가운데 일부를 상대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