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자료사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만찬에 제공한 대외비 보고서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이 10월 10일이나 18일을 전후로 예상 된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월 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 72주년이니, 이 때를 전후해 북한의 도발이 우려된다는 예상은 이미 많이 나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10월 18일도 함께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18일은 북한 조선적십자회 결성일이다. 북한 내부적으로 특별한 계기가 될 수 없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국의 맥락"이라고 말했다.
18일은 바로 제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즉 당대회 개막일이다. 중국은 5년마다 당 대회를 여는데, 이번은 특히 의미가 있다.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1기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집권 2기의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중국이 내부적으로 잔치를 성대하게 벌이는 날이다.
그러면 북한은 과연 중국이 5년에 한번 맞는 잔칫날에 '전략적 도발'이라는 재를 뿌릴 수 있을까?
한 때 혈맹으로 표현되던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최근 크게 악화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대북 제재 요구를 수용해 원유 공급 차단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지만, 중국의 협조 속에 유엔 제재안 2371호와 2375호 등 초강력 제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되고 있다.
동시에 중국에서는 최근 북한을 '순망치한'에 비유해 전략적 완충지대로 설정하는 전통적 대북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자창궈 베이징대 국제학원장과 주즈화 저장성 당대국제문제 연구회 부회장 간의 날선 논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창궈 원장은 "중국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인정하고 한미와의 소통으로 대비해야 해야 한다"며 전통적 대북정책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중국의 제재 압박과 정책 변화 가능성에 북한이 거부의 메시지를 보낸다면, 18일은 매우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날이라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자료사진)
아주대 김흥규 교수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2기를 여는 19차 당 대회 개막일에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정말 중국의 잔칫상에 재를 뿌리는 격이고, 북한으로서는 이 보다 더 극적으로 중국에 거부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18일은 북한 김정은에게 아주 괜찮은 날이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미국은 원래 그럴 것이라 생각했지만, 중국이 저리 적극 나서 미국과 함께 자신들을 압박할 것이라는 것은 당초 계산의 밖이었을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 압박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국가는 중국이고, 결국 중국에 대한 강한 반발이 사실상 미국에 대한 반발이 되기 때문에, 꼭 18일이 아니라고 해도 중국을 겨냥한 거부의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 북한은 과거에도 중국의 잔칫날에 여러 차례 재를 뿌린 적이 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지난 3일도 중국이 올 하반기 최대 외교행사로 준비해온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 개막일이었다. 북한은 또 중국의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일인 지난 5월 14일에도 탄도 미사일 도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18일을 전후한 도발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견해도 있다.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이유이다.
북한대학원 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북한과 중국의 최고 지도자간에 강한 불신이 깔려 있다고 해도, 북한이 시진핑 집권 2기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전략적 도발을 한다면 중국의 대북 불신은 더 커지고, 그것은 결국 더 강한 압박과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에서 18일 전후로 전망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북한은 6차 핵실험을 정권수립기념일인 9월 9일에 앞서 3일에 감행했다. 북한은 이어 정권수립 기념일인 9일에는 추가 도발을 하는 대신 6차 핵실험과 정권수립을 연결시키며 대대적인 축하 행사를 통해 체제 결속을 꾀한 바 있다.
10월 한반도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이번 도발에는 어떤 경로를 밟아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