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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 일명 단통법이 시행 3년째에 접어든다. "휴대전화를 사고,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할 때 소비자 차별을 없애겠다"며 야심차게 시작된 법이지만, 지난 3년간 통신비 절감을 체감했냐는 질문에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는 소비자는 드물다.
오히려 불법 보조금은 더 음성화되고,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들은 '호갱'으로 전락했다. 반면, 이통사는 마케팅 비용 감소에 힘입어 수익이 개선됐다. 단통법이 '단(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는 꼬리가 3년 내내 따라붙었던 이유다.
이런 가운데 단통법의 핵심조항인 '지원금 상한제'가 이달 30일을 마지막으로 폐지된다. 10월 1일부터는 이통사들이 제한 없이 고객에게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되면서 벌써 통신 시장 곳곳에서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 가계 통신비 5.9%↓…중저가폰 시장 확대·선택약정가입↑정부는 지난 2014년 10월 1일 단통법을 시행하면서 "일부 소비자만 거액의 보조금을 받고 단말기를 사고 나머지는 이른바 '호갱'으로 만드는 불합리한 시장 구조를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했다.
단통법은 이통사와 제조사가 제공하는 단말기 지원금을 공시하고, 출시된 지 15개월이 안 된 단말기에는 지원금 상한선(33만 원)을 설정한 게 골자다. 지원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는 약정 기간 요금할인(선택약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모든 소비자가 같은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는 단통법의 취지는 좋았다. '지나친 지원금 경쟁'을 막고 그 대신 요금 인하와 단말기 가격 경쟁을 유도해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정부는 "단통법이 시장 안정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며 자평한다.
단통법 시행 전인 2013년 말 기준 2인 이상 가구의 가게 통신비는 월평균 15만 3천 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4만 4천 원으로 5.9% 줄었다. 가계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4.68%에서 지난해 4.28%로 감소했다.
휴대전화 이용자 평균 가입요금 수준도 단통법 시행 직전인 2014년 3분기 4만 5천 원에서 최근 4만 1천 원으로 줄었다.
단통법 시행 뒤 지원금은 줄어들고 프리미엄폰 가격은 오르자 소비자들은 중저가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보급형 단말기 시장도 커졌다.
2013년 총 3종에 불과했던 50만 원 미만 중저가 단말기는 2015년 30종, 2016년 1분기에는 39종으로 늘었다. 그 뒤로도 갤럭시J, LG X 등 프리미엄급 성능에 가성비 높은 중저가형 단말기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단말기 구매 시 지원금을 받는 대신 선택약정에 가입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 2015년 4월 할인율이 12%에서 20%로 오르면서 올해 7월 말에는 1502만 명에 달했다. 지난 15일부터 할인율이 25%로 오르면서 요금할인 가입자 비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불법 영업 음지화 '호갱' 양성 소비자 차별 여전…통신비 절감 못 느껴
지난 2014년 10월 22일 오후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 광장에서 열린 '단통법 대폭 보완 및 단말기 거품 제거·통신비 획기적 인하 촉구' 공동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반면 소비자들은 통신비 지출이 줄어든 것을 체감하기 힘들다는 모양새다.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변화를 체감하는 영역은 보조금이다. 단통법 시행 전에는 100만 원 안팎의 보조금이 수시로 시장에 뿌려졌다. 최신 프리미엄폰도 발품만 팔면 헐값에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으로 33만 원의 '법적 상한선'이 만들어지면서 보조금 경쟁은 한풀 꺾였다. 관심을 끄는 프리미엄폰에는 상한선에 크게 못 미치는 지원금이 책정됐고, 그마저 해가 갈수록 줄었다.
그럼에도 단통법 3년이 흐른 지금, 불법 보조금 경쟁은 여전하다. 오히려 더 음성화됐다. '호갱'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보조금은 은밀한 방식으로 뿌려졌다. 일부 판매업자들은 단속이 허술한 심야 시간대 빈 사무실을 빌려 '떴다방식' 영업에 나섰고, '표인봉' '현아' 등 불법 페이백(보조금)을 뜻하는 은어들이 등장했다.
이렇게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좌표'(유통점)에서 구매하면 공시지원금보다 평균 20~30만 원 정도 싸게 살 수 있다. 출시 한 달도 안 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이나 LG V30에는 최대 60~70만 원의 보조금이 풀리기도 했다. 같은 단말기라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보조금이 천차만별인 셈이다.
단통법은 소비자 차별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지만, 결국 차별만 더 극대화하고 말았다. 발품 팔아 단말기를 싸게 사려는 소비자에게 고액의 보조금을 주며 싸게 파는 유통점은 '범법자'가 됐다. 단통법은 시행 전부터 시장의 자율성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 보조금 제한, 마케팅비↓이통사 배불려…통신비 인하 대신 담합 논란만반면, 통신업체들은 지원금 상한제 덕을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고객에게 주는 지원금을 크게 줄이고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도한 보조금 경쟁이 줄면서 이통 3사의 마케팅비는 2014년 8조 8220억원에서 지난해 7조 5883억 원으로 14.0%(1조 2337억 원)나 감소했다.
여기에 구조조정 효과와 유선 사업의 성장세가 더해지면서 통신 3사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014년 1조 6108억 원에서 2016년 3조 5976억 원으로 2조 가량 급증했다.
정작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소비자들의 통신비는 증가하고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은 감소하면서 외려 역효과가 났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박희정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연구실장은 "이통사들은 상한이 있는 지원금 대신 유통점에 주는 장려금을 이용해 시장을 게릴라성으로 만들었다"며 "유통점이 구조조정이 되면서 이통사는 비용을 절감했지만,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선 중소 유통점은 보조금 시장 축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3만여 개에 달했던 판매점은 단통법 이후 1만 8천여 개로 줄었다.
이런 가운데 단통법의 핵심 내용인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오는 30일을 끝으로 폐지되면서 불법 보조금 대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당장 '보조금 대란'까지는 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감시를 피해 온라인이나 일부 집단상가에서 벌어지는 스팟성 보조금을 제외하고는 상한액까지 지원금을 주는 경우가 드문 데다, 선택약정 할인율이 25%로 상향되면서 약정할인 쏠림 현상이 강화되기 때문에 지원금이 지금보다 현격히 높아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신형 프리미엄폰이 쏟아지고, 최장 10일간의 추석 황금 연휴까지 맞물리면서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일부 유통망을 중심으로 불법 보조금이 살포될 것이란 전망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
이미 일부 유통망에서 갤럭시노트8과 LG V30의 불법 페이백이 판치고 있다. 출고가 110만 원, 95만 원에 육박하는 단말기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30만 원대, 20만 원대로 대폭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