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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선물 문화' 바꾼 김영란법 시행 1주년

사건/사고

    명절 '선물 문화' 바꾼 김영란법 시행 1주년

    농축산업계 우려에 전문가 "경기침체 영향도 있어" 법 개정엔 신중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2015년 3월 10일 오전 서울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자신이 처음 제안해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 1년(2016년 9월 28일 시행)을 추석 명절과 함께 맞으면서 오랜 병폐로 지적 돼 온 선물 청탁 등 부정적인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농축산 업계의 사정을 어렵게 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는 지적도 나온다.

    ◇ "서로 조심"…김영란법 시행 1년 선물문화 바꿔

    추석을 앞두고 백화점으로 선물을 사러 나온 시민들은 유독 가격에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백화점 상품 코너 한 켠에는 49000원 짜리 과일상자와 5만원에 맞춘 조기 세트 등 5만원 기준에 맞춘 상품들이 놓였다.

    김영란 법에서 규정한 선물한도 5만원이 선물 가격의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운수사업을 하는 김모(65) 씨는 "법 기준인 5만원에 따라 선물을 결정하고 있다"며 "부담을 줄 수 있는 관계면 5만원이하로 선물을 맞춰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양천구에 사는 주부 김모(63) 씨도 "김영란법 이후 상대편이 불편해할까봐 기준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해당되는 사람인지 주고 받는 사람들 서로 신경쓰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자료사진)

     

    실제로 한국사회학회가 지난달 1,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민들의 85.4%가 청탁금지법을 찬성하고 있고,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3.8%의 시민은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같이 김영란법 이후 시민들의 선물 문화가 달라지면서, 백화점 업계에서는 '실속 크랩 세트', '돼지 살코기 세트' 등 5만원 이하의 다양한 선물들을 선보이고 있다. 한 백화점의 추석 5만원 이하 선물세트의 매출이 전년 추석대비 71% 넘게 증가하기도 했다. 해당 백화점 관계자는 "김영란법 이후 5만원이하 상품의 수요가 늘면서 저렴한 가격의 이색상품들을 많이 내놓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선물이 확연히 줄었다는 반응이다. 경찰 공무원 김모(60)씨는 "작년 말부터 선물이 자취를 감춘지 오래"라며 "주변사람들도 혹시라도 누가 될까 추석선물을 아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우체국장을 하는 공무원 김모(58) 씨도 "문제 될까봐 직원들 끼리도 추석선물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농축산업계, "명절 수요 줄어 과일값 폭락"

    (사진=자료사진)

     

    반면, 농축산 업계는 청탁금지 법이 자리를 잡아 감에 따라 울상을 짓고 있다. 농축산품 성수기인 명절에 선물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폭락할까 우려를 하고 있는 상태다.

    배수동 농협 물품협의회 의장은 "30% 가까이 명절수요가 줄었다"며 "특히 과일은 반이상이 명절 수요인데 팔리지 않으면 이후 물량과 겹쳐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영등포 청과상에서 10년 째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모(58) 씨도 "매출의 대부분이 5만원 이하 상품"이라며 "고가 상품도 나가야 매출도 오르는데, 저가 상품 위주로만 사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축산 업계는 또 소비자들이 청탁금지법을 기준으로 선물을 구입하면서 이해관계가 없어도 무조건 5만원을 기준으로 선물을 구매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가가 올라 선물값이 올라도 고정된 기준 때문에 매출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런 문제에 대해 김영란법의 취지를 알리는 캠페인을 하고 나섰다. 권익위는 지난 8월 보도자료를 내고 이해관계가 없으면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며 "선물 가격의 제한 없다"고 홍보하고 있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국민들이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개정논의 성급, 농축산 보조금 등 고려해야"

    (사진=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청탁금지법이 부정적인 선물 문화를 바꾸는 등 제대로 자리 잡고 있어, 제도 자체를 바꾸기 보단 농축산 업계에 대한 보조금을 통해 보완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송준호 투명사회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공직자에게 비싼 선물을 하는 '적폐 문화'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농축산 업계의 우려에 대해선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어, 정확한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며 "시행 1년만에 개정논의부터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부정적인 선물문화를 줄인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며 "개정을 하기보단 농축산물에 대한 보조금을 늘리는 방식이 더 효과적으로 보인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청탁금지법의 적용 범위에서 농축산물품을 제외시키거나, 선물 한도를 올리는 개정안을 논의 중에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청탁금지법이 정확히 어떤 경제적 영향을 미쳤는지 이르면 올해 11월 초 경제영향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정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보다 객관적인 영향을 분석해 법을 둘러싼 논란들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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