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이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슬픔에 빠져있다. (사진=정석호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았지만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에게 이날은 평소와 다름없이 '가족을 찾는 날'이다.
이들은 6개월 전 실종사고가 발생한 이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부의 사고 해역 수색 재개와 미군 초계함의 영상 및 사진 공개를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실종자 가족, "내 동생은 아직 살아있다"허경주‧허영주 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올 추석에는 귀성을 포기하고 가족끼리 조용히 보낼 생각이다.
평소 추석이면 4남매가 모여 벌초를 하고 큰집에서 차례를 지내곤 했지만 올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누나 영주 씨는 "평소 같은 명절이면 가족끼리 산이나 바다로 여행을 떠나곤 했지만 올해는 동생을 찾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어디 가긴 힘들 것 같네요"라고 쓴웃음 지었다.
이어 "올 추석 당일이 마침 동생 생일"이라며 "동생이 소고기미역국을 무척 좋아하는데 빈자리지만 생일상을 차려 축하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누나 경주 씨는 명절 즈음이면 막내동생 재용 씨의 특제요리인 '장어닭백숙'이 자꾸 생각난다며 말을 이었다.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면 동생은 직접 강가에서 장어를 잡았는데, 갓 잡은 장어를 닭 안에 넣고 푹 고아 만든 게 장어닭백숙이다.
동생은 장어를 낚아 올리면 잡은 장어를 어항에 넣고 키우면서 서울 누나들의 방문을 기다리곤 했다.
민물장어 낚시는 미묘한 손끝의 느낌에 의존해야 해 '낚시고수'들만 가능하지만 이등항해사로 늘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한 동생에겐 일도 아니었다. 동생의 발군의 낚시 실력은 가족들이 그의 생존을 확신하는 이유기도 하다.
경주 씨는 "동생은 바다에 나갔을 때도 일을 하면서 참치를 잡아 회를 떠 먹곤 했다"며 "구명벌 안에 낚시도구도 있어 생존능력이 발군인 동생이 절대 생명을 포기할 리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영주 씨도 "올해는 사고해역에 비가 규칙적으로 충분히 내려 식수를 확보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6개월의 긴 시간이지만 구명벌만 확인된다면 그 안에 동생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에는 모두 5척의 구명벌이 낚시도구를 비롯한 생존키트와 함께 실렸는데 배가 침몰하면 자동으로 펼쳐지게끔 돼 있다. 현재까지 3척의 구명벌만 빈 상태로 발견됐고 나머지 2척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가족들은 16명이 탑승이 가능한 구명벌에 동생이 탑승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공)
◇ 구명벌 추정 사진 공개 거부…작은 확신도 허락 않는 정부정부는 구명벌로 추정되는 물체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가족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고 이후 지난 4월 9일 미군 초계함이 수색 중에 '오렌지색 보트'를 발견했다며 해당 내용을 우루과이 MRCC(해안구조센터)에 보고했다.
정부는 다음날 가족들에게 구명벌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이후 뚜렷한 근거 없이 말을 바꿔 "기름띠로 분석돼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관련 정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외교부에 문건 공개를 요청했지만 가족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국가 안전 보장 등에 관한 사항으로 자료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였다.
가족들은 정부의 답변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경주 씨는 "바다를 찍은 사진 한 장인데 왜 공개돼선 안 되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30명의 목숨이 걸렸는데 국가의 이익 때문에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대답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이 '대통령 취임 민원 1호'로 꼽히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조속한 철저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기대했지만 공염불이 됐다며 한탄했다.
영주 씨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사안이라고 해 주변에선 문제가 거의 해결된 것처럼 여기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정부와 소통마저 단절돼 제대로 된 설명마저 듣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미국 정부와 협조가 이뤄지는 대로 초계함 사진을 받기 위해 미 국방부를 방문해 면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