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 '자괴감과 설렘'…반복되는 희비교차
한 전자장비를 만드는 중소 업체에 다니는 박모(29) 씨는 이번 황금연휴를 활용해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주변 친구들의 얘기는 그야말로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얘기다.
지난 5월 첫주 황금연휴에도 회사로 출근한 박 씨는 임시공휴일이었던 지난 2일에도 업무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부품을 공급한 업체의 공장라인이 연휴에도 가동되니, 납품한 장비의 문제가 생길지 몰라 휴일에도 대기해야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남들은 황금연휴라 해외여행도 가지만 납품업체가 쉬지 않으면 나도 쉴수 없다"고 말했다. 다같이 쉬지 않으면 박 씨처럼 누군가는 같이 일해줘야 하는 상황.
그는 "휴가 계획을 짜는 대기업 친구들을 보며 왜 더 좋은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을까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공기업에 다니는 최모(29) 씨는 이번 연휴 10일을 모두 쉰다. 최 씨는 연휴 2주전부터 휴가계획을 잡느라 바빴다. 국내 여행을 갈 펜션을 알아보고, 2일 임시공휴일에는 30~40만원의 돈을 쓰고 시내 호텔에서 보냈다.
최 씨는 "이번 연휴가 길다보니, 여자친구와 국내여행도 가고 책을 읽으며 자기 충전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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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휴일 관공서만 적용…중소기업은 소외임시공휴일이 확정돼 역대 최장 황금연휴(9월 30일~ 10월 9일)가 생기면서 박 씨와 최 씨처럼 직장인들의 '연휴 양극화'가 극심하다. 유독 연휴 양극화는 회사의 규모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아 저임금에 시달리는 중소업체의 설움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 중 72.5%가 대체공휴일인 2일과 5일 모두 출근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중소기업 직장인은 48%만이 대체 공휴일에 쉰다고 답했다.
이 같이 기업간에 '양극화'가 벌어지는 이유는 공휴일 적용이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종 국경일과 기념일, 명절 등을 쉬는 날인 '공휴일'로 지정하는지 여부는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다. 문제는 이 규정은 제목 그대로 관공서와 학교에만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일반 사기업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의 경우 노사합의로 공휴일의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어,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국가가 정한 공휴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1회 휴일과 노동절(근로자의 날) 만을 유급휴일로 보장받고 있을 뿐이다.
◇ 공휴일 법제화, 8년 동안 국회서 묵혀
이에 따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로사아웃(OUT)공동대책위원회 등 노동단체들은 지난 달 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공휴일 유급휴일 법제화를 위한 법안의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전국민 휴일제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 사항"이라며 "8년동안 국회에서 입법이 지체되고 있는데, 휴식과 휴일에는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김기돈 노무사는 "장시간 노동이나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등 해결에 나서지만 강제조항이 없어 현실적 효과가 없다"며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상담을 하다보면 공휴일에 연차를 강제로 쓰게 하는 경우도 있다"며 법 제정의 시급성도 언급했다.
해외의 경우 공휴일법이나 노동법을 통해 10일 이상의 공휴일을 지정하고 있는 점도 '공휴일 법제화'의 주요 근거가 된다.
캐나다의 경우 공휴일법과 노동법을 통해 11종, 호주의 경우 근로법으로 8종의 공휴일을 지정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가 심하다"며 "공휴일 법제화를 통해 그 간극을 줄여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