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 한국관광공사에서 무려 2억원을 들여 만든 '두발로 2.0'이라는 어플리케이션(APP)은 지난 6월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앱 출시 당시만해도 '슈퍼모델과 함께하는 도보여행'이라는 행사까지 기획하며 떠들썩하게 홍보했지만 앱이 통합되면서 4년만에 폐기됐다.
# 대한체육회에서 1천만원의 제작비용을 들인 '생활체육정보포털'이라는 이름의 앱은 지난해 5월 앱 마켓에 등록한지 불과 4개월만에 이용객이 적어 폐기 수순을 밟았다. 교육부 산하의 한국학 중앙연구원에서 만든 '향토문화대전'이라는 앱도 4천7백만원을 들였지만 딱 1년만인 올 3월에 없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각 부처 산하 공공기관에서 무분별하게 앱을 만들고, 없애면서 예산 낭비가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산이 남으면 멀쩡한 보도블럭을 해마다 다시 까는 것처럼, 관련 예산이 책정되면 없어도 되는 앱을 만들었다가 얼마 되지 않아 폐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김병욱 의원(분당을)이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부터 올해 9월까지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폐기된 앱의 갯수는 총 25개에 달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앱이 27개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비슷한 숫자의 앱이 1년만에 사라진 것이다. 1년간 낭비된 앱 제작 비용만 6억1천5백만원에 달했다.
교육부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천1백만원을 들여 만든 '커리어북스'라는 앱이 3년만에 이용률 저조로 폐기된 것이 그 예이다.
최근 5년간에 교육부와 산하 공공기관에서 폐기된 앱은 15개에 달했고, 총 7억6천1백만원의 예산이 공중분해됐다.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앱도 설치수가 1천명도 넘지 못하는 등 이용률이 저조하다.
교육부와 산하 공공기관 앱 35개 중에 10개의 앱은 현재 안드로이드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설치된 수가 1천개 미만이었다. 앱으로서의 효용 가치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만든 '늘배움'이라는 앱은 현재 앱설치수가 165개에 불과했다.
국립특수교육원에서 만든 '스마트이얍', '특수교육기관찾기', '사서보직무배우기', '금융기관 이용' 이라는 앱은 각각 141개, 119개, 239개, 218개만 설치돼 이용자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앱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한국체육산업개발이 8천만원을 들여 만든 '올림픽공원어플'은 앱을 사용하고 있는 이용자가 34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부터 공공 앱 예산 낭비를 지적하고 있는 김병욱 의원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공공기관 앱 실제 설치 수를 조사했더니 설치 수가 오히려 줄어든 앱도 많았다"고 낭비적 실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한 "이번 국정감사을 통해 공공기관의 앱 개발 전 사전 타당성 조사를 의무화해 공공목적에 부합하고 수요가 있는 것만 개발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