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선부동에 위치한 고려인문화센터에서 10년 전 한국에 들어온 우즈베키스탄 출신 임이골(56)씨가 손가락 하트 표시를 하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남편과 언니들이) 추석 때면 더 보고싶어… 아들, 며느리와 같이 차례상 차릴거에요."
지난 1일 경기도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에서 만난 따마라(64·여)씨는 서툰 한국어로 지난해 세상을 떠난 남편과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 있는 언니들을 그리워했다.
따마라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생활하다 돈을 벌기 위해 6년 전 입국한 고려인으로, 그는 올해 추석에도 정성 들인 차례상을 준비할 계획이다.
◇ 고유 명절 추석… "두고 온 가족들 더욱 그리워"고려인들도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설레긴 마찬가지지만,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따마라씨는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첫째, 둘째 언니가 보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영상통화를 하지만 추석과 같은 명절 때는 특히 언니들이 그립다고 했다.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출신 따마라(64)씨. (사진=신병근 기자)
눈물을 글썽이며 언니들의 사진을 보여준 그는 "지난 7월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언니들을 보고 왔지만 항상 보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며 "언니들도 조상을 기리는 차례상을 차리면서 동생을 그리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따마라씨는 올해 추석 차례상으로 남편 제사를 지낼 예정이다. 그는 5년 전 입국한 아들, 며느리와 함께 차례상을 준비할 계획이어서 그나마 외로운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따마라씨의 가족은 고려인들의 전통음식인 만두 종류의 '배고자'를 빚고, 숙주와 고사리 등 나물류의 음식을 차례상에 올릴 계획이다.
문화센터에서 만난 또 다른 우즈베키스탄 출신 임이골(56)씨는 추석에 가족, 친구들이 한데 모일 것이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임씨는 10년 전 입국해 현재 '안산시 좋은마을만들기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안산시 법사랑위원, 자율방범대장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추석 때 안산에서 같이 살고 있는 아내와 아들은 물론, 바쁜 일상 속에서 만나지 못한 고려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꽃을 피울 예정이다.
임씨는 "고려인들의 전통문화 특성상 추석보다 4월 5일 한식날에 조상을 기리는 제사를 많이 지낸다"며 "추석에는 가족, 친구들과 모여 맛있는 음식과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 선부동에 위치한 고려인문화센터. (사진=신병근 기자)
◇ 고려인문화센터 "내년 합동 차례상, 전통놀이 기획"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6만여 명으로 추정되며, 이중 가장 많은 1만2천여 명이 안산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 고려인을 위한 한국어 강습과 자녀들 방과 후 교육 등을 지원하는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는 한 달 평균 2백여 명의 고려인들이 찾고 있으며, 이용자수도 매년 30% 가량 늘고 있다.
문화센터는 이처럼 고려인들의 입국이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혼자 명절을 보내야 하는 고려인들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따마라, 임이골씨처럼 명절을 함께 보낼 가족이 있는 고려인들이라면 걱정이 덜 하지만, 홀로 명절을 보낼 고려인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제2의 고향인 대한민국에서 외지인이라는 멸시를 참아내며 어렵게 살아가는 고려인들을 위해 문화센터는 내년부터 합동 차례상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영숙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장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홀로 있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간단한 합동 상차림과 전통 문화행사 등을 마련하겠다"며 "같은 민족으로서 명절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려인들도 똑같은 한민족이다. 한가위라 한 만큼 풍성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며 "무탈하고, 건강한 추석이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