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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표가 SNS 논란을 겪고 차라리 잘됐다 생각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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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경표가 SNS 논란을 겪고 차라리 잘됐다 생각한 이유

    [노컷 인터뷰] '최강 배달꾼' 최강수 역 배우 고경표 ②

    배우 고경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최강 배달꾼' 종영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고경표는 데뷔 초 때만 해도 개그맨이라는 오해(?)를 종종 받았다. SNL코리아 시즌1부터 시즌3를 함께했고 '스탠바이', '감자별 2013QR3' 등 시트콤에 잇따라 출연한 탓이다.

    생방송을 통해 순발력을 길렀고, 내공 있는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코믹 연기를 맛본 그는 '내일도 칸타빌레'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정극 작업을 해 왔다.

    2015년 말~2016년 초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초흥행작 '응답하라 1988'에서 건실하고 속 깊지만 허당끼가 있는 선우 역으로 시청자 맘에 훅 들어오더니, 지난해부터는 '질투의 화신', '시카고 타자기', '최강 배달꾼'까지 연달아 주연작 세 편을 부지런히 찍었다. 비슷한 캐릭터는 하나도 없었다. 대중에게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본인의 의지 덕분이었다.

    특유의 '쪼'(말투)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 '전작' 이미지가 생각나지 않는다는 말을 찬사로 듣는 배우 고경표는 아직도 도전해 볼 만한 거리가 너무나 많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배우로서의 가치관뿐 아니라,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도 또렷한 견해를 가진 '청년' 고경표를 지난달 26일 만났다.

    (노컷 인터뷰 ① 고경표 "저는 생각보다 착한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일문일답 이어서.

    ▶ 평소에 대본을 받으면 텍스트 연구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최강 배달꾼'에서도 그랬나.

    이번 대본은 딱 접했을 때 굉장히 빠르게 이미지화가 됐다. (캐릭터에 맞는) 말투와 표정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평소) 캐릭터의 외형과 말투에 대해 (제작진에) 어필을 많이 하는 편이고, (이번에) 대부분 반영됐다.

    ▶ '질투의 화신', '시카고 타자기', '최강 배달꾼'까지 맡은 캐릭터가 다 달랐는데도 매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캐릭터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전작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고경표란 배우는 또 다시 어떤 캐릭터로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뿌듯하다. 정말 캐릭터들이 다 다른데도 그런 기회를 주신 제작진들이 큰 도전을 했다고 본다. 어떤 배우가 뭘 잘하는지 알면서도, 그간 보이지 않았던 것을 (배우에게서 발견하고) 새롭게 하려니까 그분들도 도전한 거라고 본다. 어떤 기자님에게 배우로서 뚜렷한 색깔이 없는 것에 대해 불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들었는데,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고경표라면 이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할까', '다음 작품에선 어떤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해지는, 믿고 보는 배우라면 좋겠다. 전 그냥 자유로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기자 : 얽매이는 걸 싫어하나 보다) 엄청 싫어한다. (웃음)

    고경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쉴 새 없이 달려왔다. 위쪽부터 SBS '질투의 화신', tvN '시카고 타자기', KBS2 '최강 배달꾼' (사진=각 드라마 캡처)

     

    ▶ 연기를 하다 보면 본인만의 쪼가 생기지 않나.

    그게 아직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응답하라 1988의) 선우도 달랐고 (질투의 화신의) 고정원도 달랐고 (시카고 타자기의) 신율도 달랐다고 본다.

    ▶ 과거 'SNL코리아'에도 출연했고 시트콤에도 나왔다. 앞으로도 코믹 연기에 도전해 볼 생각이 있는지.

    캐릭터가 좋으면 코미디 연기도 다시 해 보고 싶다. 어차피 '감자별'이나 클립 영상이 많이 돌아서… 짤(사진, 움직이는 이미지)도 많잖아요. (웃음) 어릴 때는 그게 많이 두려웠다. (코믹 이미지가 굳어져) 캐릭터 맡는 데 제약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지 않더라. (짤을) 많이들 애용해 주셨으면 좋겠다. 다이어트 전후 사진도. (웃음) 저로 인해서 (사람들이) 웃으면 좋은 것 같다. (전후 차이가 큰 게) 헐리웃 배우 같지 않나요? 얼마나 멋져요? (기자 : 요즘은 체중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 다시 행복해지는 중이에요. (웃음)

    ▶ 다음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어떤 걸 딱 보여줘야겠다고 정의하진 않지만 어떤 캐릭터는 잘 수행해 내고 싶은 도전의식은 있다. 다음 작품에서도 아직 보여드릴 게 더 있다. (웃음) 더 있을 것이다. 찾아서 만들어가고 싶다.

    ▶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인지 여부가 작품 선택 기준 1순위인가.

    (그 부분이) 크죠. 아주 크다. 일단 대본이 재밌어야 된다. 제가 읽으면서도 푹 빠질 만큼 재밌어야 호감이 생기고, 그때부터 머리가 굴러가면서 캐릭터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평소에 연습을 엄청 한다. 말투 녹음도 했다가 들어보고 (목소리) 톤, 감정, 표정, 걸음걸이, 자세 그런 것들을 거울을 볼 수 있을 때마다 체크한다. 그냥 늘 일상이다. 근데 혼자 있을 때 해야 된다. (잘못하면) 미친 사람처럼 보여서… (웃음)

    ▶ 지금까지 바쁘게 달려왔으니 잠시 공백을 가질 계획인가. 아니면 차기작에 들어가나.

    공백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바삐 달려올 수 있었던 건, 사람들에게 '제가 이런 연기를 해요'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또 그걸 해낼 때의 희열도 있었고. 그것 때문에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

    ▶ 혹시 질투가 나는 연기자가 있나.

    질투가 나진 않는데 저랑 되게 비슷한 결을 가진 아주 훌륭한 배우가 있다. 그 배우는 지금 군대에 갔다. 하늘이 형(강하늘)이다. 하늘이 형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연기하고 그걸 되게 즐기는 것 같다. 사실 하늘이 형이랑 안 지는 얼마 안 됐다. 만난 적도 몇 번 없다. 근데 너무 멋지고 되게 좋은 사람이다. '청년경찰' 시사회도 스치듯이 가고 싶다고 했는데 챙겨서 보내주셨다. 연기는 더할 나위 없고. '청년경찰' 보고 진짜 연기에 바스러지는 줄 알았다. 박서준 선배 연기도 좋았고. 연출도. (보고 나서) "와, 이거 진짜 손익분기점 넘겨도 한참 넘길 것 같은데요?"라고 했는데 역시 한참 넘겨 버렸다. (영화에) 꽁트 요소가 많아서 너무 재미있더라. '청년경찰2' 만드시면 어떻냐고까지 했다. 시리즈물로 나오면 좋겠다. 영화에 배유람 배우가 나오는데 시즌2를 만든다면 그 형의 롤(역할)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 원래 롤이 작았는데 유람이 형이 잘 살려서 더 늘어났다고 하더라. 유람이 형도 최고죠. 아, 너무 재밌었다.

    (기자 : 배우 안재홍은 어떤가) 진짜 잘한다. (멜로 연기도) 진짜 잘해요. 주만이('쌈, 마이웨이'의 김주만 역)도 장난 아니었잖아요. "난 중간이라도 하고 싶었어!" 그 계단 앞에서 하는 씬 보는데 역시, 제가 봐 왔던 재홍이 형 모습이었다. '응답하라' 정봉이의 귀여운 이미지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지만, 제가 아는 재홍이 형은 주만이에 더 가까웠다. 연기 너무 잘하지 않아요? 그 장면도 너무 좋았다. "얘도 얘네 집에서 귀한 딸이야" 하는 장면. 거기에 꽂혀서 계속 돌려봤다.

    배우는 좀 뻔뻔해져야 되는 것 같다. 칭찬을 받거나 잘했어요, 라고 들으면 몸둘 바를 몰랐는데 이제 그 고마움도 뻔뻔하게 받아들여야 될 것 같다. 되게 뻔뻔해지려고요. 안 미운 선에서, 정석이 형(조정석)처럼. 정석이 형도 너무 짱이에요.

    저는 진짜 요근래에 너무 행복했던 게 '질투의 화신', '시카고 타자기' 등에서 내가 연기를 같이 해 볼 수나 있을까 싶은 사람들과 연기를 했다는 거였다. 선배들이랑 연기하면서 너무 행복했다. 저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인복이 좋은 사람이라고. 아인(유아인), 수정(임수정) 선배랑도 너무 좋았다.

    배우 고경표 (사진=황진환 기자)

     

    ▶ 아까 소외받고, 소수로 핍박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힘쓰고 싶다고 했는데, 원래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았나.

    사실 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야겠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그런데 제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맡은 바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이것도 소홀히 하면 안 되겠더라. 이런 생각을 심어주신 멘토 교수님이 계신데 그분의 말이 너무 크게 와닿았다. 수업시간에 "당신들 신체의 중심은 어디입니까"라고 질문하셨다. 머리, 심장, 몸통, 팔다리 여러 답이 나왔는데 다 맞다고 하셨다. 교수님 생각으로 신체의 중심은 아픈 곳이라고 하셨다. 아픈 부위를 중심으로 신체가 돌아가기 때문에. 가정도 아픈 사람 위주로 돌아가고. 여기서 범주를 사회로 넓히면 아픈 곳은 소외되고 핍박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된다. 그게 너무 와닿았다. 제 생각을 (교수님이) 잘 정리해주신 것 같았다.

    ▶ 과거에 SNS에 자기 소신을 밝혔다가 논란이 된 적도 있었는데.

    못난 모습이었다. 확실히 자기 못난 모습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비판하려는 목적이라곤 해도 굉장히 결이 나빴고, 친구들끼리만 공유하는 SNS 공간이라는 생각에 많은 걸 간과하고 망각했던 것 같다. 사실 그 시기에 그런 일들이 제 인생을 뒤흔든 건 차라리 잘됐다 싶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 시야가 꽉 막힌 채로 살았더라면 굉장히 저 스스로 비루한 인간이 되어 있을 것 같다. (SNS 논란이) 한두개가 터진 게 아니라 여러 가지가 한번에 터졌고, 저 스스로 당당한 것도 있지만 잘못한 부분도 확실히 있다. 앞으로도 (그때를) 꼭 상기하면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는 의견을 개진하더라도) 조금 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끔, 동감할 수 있게끔 부드러운 방향으로 표출하고 싶다. 당시 제가 SNS에서 썼던 모습들은 굉장히 눈살 찌푸려지는 모습이었다. 그 방향의 화살이 나였다면 조금 더 순화하고 유려하게 전달하겠죠. 나랑 다르니까 너는 틀렸고 너를 무너뜨려야겠다는 분들도 있지만 그 화살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추석연휴는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

    저, 잠적해요. (웃음) 모든 걸 다 비워내야 할 시기라서. 일단 잠을 많이 자고 싶다. 아직까지 작품 끝나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 마지막으로, 현 세대를 살아가는 청춘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너무 힘들고 힘들고 힘들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만큼, 떠나고 싶을 만큼 힘든 사회에 사는데 그래도 우리는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촛불처럼 언제든지 우리는 다시금 일어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스스로 믿었으면 좋겠다. 그 믿음 속에서 변화는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주 천천히. 그 천천히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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