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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줄인다면서…"유명무실 환자안전법"

국회/정당

    의료사고 줄인다면서…"유명무실 환자안전법"

    자율에 맡기는 보고시스템…환자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고 X'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병원 의료사고를 줄인다는 취지로 환자안전법(종현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사고를 줄이는 방안으로 '보고 후 학습' 시스템이 도입돼 각 의료기관이 환자안전사고를 상급 기관에 자율적으로 보고하도록 돼있지만 정작 피해구제·의료 소송 중인 사고는 보고에서 누락돼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환자안전 전담인력 배치' 등 법적으로 규제한 사안도 지켜지지 않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의료사고로 9살 아이 사망…그 후 생긴 '환자안전법'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의료기관평가원으로부터 받아 9일 공개한 '환자안전사고 보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모두 2720건의 낙상·투약 오류 등 사고가 종합병원·일반병원 등에서 발생했다. 모두 법 시행 직후부터 최근까지 각 의료기관이 의료기관평가원에 보고한 사례들이다.

    환자안전법(종현이법)은 지난 2010년 백혈병을 앓던 9살 아이 종현이가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의사의 투약 사고로 숨지면서 촉발된 법이다. 당시 종현이는 정맥에 맞아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척수강 내에 잘못 맞으면서 사망에 이르렀다.

    종현이의 어머니는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전에도 반복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환자안전법 제정을 위해 고군분투해 지난해 7월 의료사고 방지를 위한 포괄적인 환자안전법이 정식 시행됐다.

    법은 병원마다 환자 안전을 위한 전담인력을 두게 하고 복지부가 5년마다 환자안전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 한 가지 핵심은 '자율보고 학습시스템'을 도입해 병원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자율적으로 기관에 보고하고 복지부는 보고된 내용을 토대로 재발방지 방안을 학습하게끔 한 것이다. 즉, 병원에서 사고가 제대로 보고돼야 환자안전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 자율보고의 한계…소송 중인 사고는 누락

    문제는 이 사례들이 병원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전부냐는 것이다. 병원에서 피해를 입은 의료 소비자들이 피해구제나 소송을 위해 찾는 두 기관인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이나 한국소비자원의 사례들을 비교해보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지난 1년 동안 중재원에 접수된 의료사고는 68건, 소비자원에 접수된 건수는 32건이지만 이 중 환자안전법에 의해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보고한 유사사례는 각각 단 한 건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건 모두 낙상(침대에서 추락) 사례다.

    보고되지 않은 사례를 뜯어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예컨대 지난해 9월 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환자가 유방암 치료를 받기 위해 MRI 검사를 받다가 기계에 몸이 끼어 갈비뼈가 부러졌다. 지난 2월에는 의료진의 진단 하에 환자에게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이 진행됐다가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또 지난해 1월에는 기관 튜브 제거 시술 중 환자에게 공기색전증(기포가 혈관 안에서 발생하거나 수술 등으로 인해 혈관계에 들어가는 질환)이 발생했다. 지난 7월에는 한 병원에서 환자의 2번 요추에 대해 골시멘트주입술 및 신경성형술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병원 측의 착각으로 3번 요추에 수술을 했다.

    지난 4월에는 한 요양병원에서 환자가 입원 중에 넘어져 갈비뼈가 골절됐지만 병원에서는 일단 지켜보자고 했고 타병원으로 옮긴 후에 혼수상태에 빠져 뇌경색을 진단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같은 사례들이 이미 중재원에 접수돼 환자의 피해 구제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병원에서 보고한 내역에는 누락돼있었던 것이다.

    보고된 사례를 토대로 현장에 주의보를 내려지는 등의 '보고학습시스템'을 운영되고 있지만, 보고 자체에 실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사고 사례가 빠져있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현행 법에 따라 종합병원과 200병상 이상 병원(치과·한방·요양 포함)은 의무적으로 환자안전 전담 인력을 배치해야 하지만 이 또한 한참 부족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951개의 대상 기관 중 66.5%에 해당하는 632곳만 전담 인력이 배치됐고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100%의 배치율을 보이고 있지만 일반병원에서는 배치율이 단 37.3%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승희 의원은 "환자안전사고의 처벌보다 예방적 목적을 강조해 자율보고하고 있음에도 환자안전 사고 보고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며 "의료사고로 소송 또는 피해구제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사고의 경우는 반드시 보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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