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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택시운전사'와 톈안먼(天安門)사태, 그리고 중국의 꿈(中國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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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택시운전사'와 톈안먼(天安門)사태, 그리고 중국의 꿈(中國夢)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중국 당국은 최근 인터넷 상에서 영화 '택시운전사'(중국명 出租車司機)와 관련한 정보와 뉴스, 평론, 댓글을 모두 삭제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운전사'의 내용이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연상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들에 대해 중국정부가 전차와 장갑차를 동원하고 실탄을 사용하는 등 무력으로 진압하여 수많은 사상자를 낸 유혈사태이다.

    중국에서는 '택시운전사'를 상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국 인터넷에서는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폭돼 있다.

    한국이나 홍콩에서 이 영화를 직접 관람했거나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이 영화에 접한 중국 네티즌을 중심으로 해서다.

    영화와 신간 서적 등의 감상이나 평론을 투고할 수 중국의 정보사이트 두판(豆辦)에는 이 영화와 관련된 글이 지난 3일까지 3만건 이상 올라올 정도로 반응이 뜨거운 편이다.

    이 영화는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작품 평점도 10점 만점에 9.1을 받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 인터넷 검열당국은 중국내 사이트에 이 영화에 관한 모든 평론과 평가 점수,동영상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택시운전사와 광주(光州) 등을 키워드로 하는 검색도 전면 차단했다고 한다.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하는 영화로 톈안먼사태는 물론 중국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

    순전히 1980년 5월 광주만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이 영화를 톈안먼 사태와 결부시키면서 콘텐츠 완전차단 조치까지 취하고 있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물론 이 영화를 보면서 톈안먼 사태를 떠올리는 중국 네티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광주사건은 톈안먼을 떠올리게 한다"거나 "한국은 예전의 광주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기고 있을 때 중국은 되려 6.4(톈안먼 사태 발생일)의 6자도 언급 못하게 하고 있음" 등의 댓글이 쇄도하기도 했다.

    발생한 지 28주년이 지났지만 톈안먼사태에 대한 논의를 금기시하고 재평가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는 중국 정부로서는 여간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지금은 중국 지도부 개편이 이뤄지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바로 눈 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조그마한 잡음도 용납할 수 없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G2국가로서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려는 중국의 기초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8년 전의 유혈사태에 대한 재평가는 커녕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웃나라 한국에서 과거 비슷한 유혈사태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그것이 영화화돼 감동을 주고 있는 현실에는 눈감으면서 이것을 계기로 톈안먼사태를 떠올리는 것을 우려해 인터넷 통제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국의 이런 민낯은 중국 '민주화의 별' 류샤오보를 사실상 살해했다는 비난을 샀던 류샤오보 사태 때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중국의 이런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는 국제관계에서 횡포로 나타나기도 한다.

    심각한 핵전쟁 위협에 직면해 방어수단으로서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가 불가피한 사정은 돌아보지 않고 자국의 안보이익을 해친다면서 막무가내식으로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굴기(崛起‧우뚝 섬)'를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꿈(中國夢)을 꾸고 있다.

    아무리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미국과 자웅을 겨루면서 G2에 속한다고 해도 이런 국가가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서기는 힘들 것이다.

    시진핑 2기로 곧 출범하는 중국 정부는 거창한 꿈을 꾸기에 앞서 '택시운전사'를 본 네티즌들의 다음과 같은 비판에 귀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이 역사를 반성하는데 비해 우리는 아직 공포 속에 살고 있다."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는 한국이 너무너무 부럽다. 9년 후의 중국은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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