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선발 투수 에릭 해커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18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짠물 투구를 펼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사진=NC 제공)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선발 투수 에릭 해커가 5년 만에 가을 나들이에 나선 롯데 자이언츠에 악몽을 선사했다. 부산 사직구장을 가득 채우며 목청껏 롯데를 연호한 붉은 물결도 해커의 투구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오히려 해커는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듯 호투를 펼치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NC는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2로 승리를 거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SK 와이번스를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NC는 적지에서 롯데까지 제압하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팽팽하던 선발 싸움에서 NC가 웃었다. 해커는 7이닝을 소화하면서 안타 8개, 사사구 3개를 내줬지만 삼진 6개를 솎아내며 1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틀어막았다. 롯데 선발 조쉬 린드블럼도 6이닝 5피안타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해커의 어깨가 더 뜨거웠다.
NC 타선은 1회초 공격에서 선취점을 뽑아내며 해커가 편안하게 투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선두타자 박민우가 린드블럼의 초구를 공략해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날렸다. 김성욱의 유격수 땅볼 때 3루까지 진출한 박민우는 린드블럼의 폭투 때 빠른발로 홈을 파고들어 팀에 귀중한 점수를 선사했다. 롯데는 린드블럼의 태그가 빨랐다고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곧바로 해커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해커는 1회말 2사 2, 3루에서 강민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NC는 4회초 공격에서도 1점을 보탰다. 2사 1, 2루에서 권희동의 적시타로 2-0으로 앞서갔다.
NC 다이노스 선발 투수 에릭 해커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18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짠물 투구를 펼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사진=NC 제공)
해커의 실점은 4회말에 나왔다. 김문호의 몸에 맞는 볼과 앤디 번즈의 안타로 무사 1, 2루에 몰렸다. 문규현의 내야 땅볼로 아웃 카운트는 늘렸지만 주자는 2, 3루로 이동했다. 그리고 황진수의 2루 땅볼 때 3루에 있던 김문호가 홈을 밟았다.
하지만 실점은 딱 여기까지였다. 이후에도 위기는 있었지만 해커는 침착하게 롯데 타선을 요리했다.
8회말 해커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은 김진성이 대타 박헌도에 동점 솔로 홈런을 내줘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연장 11회초 대거 7득점을 쓸어 담으며 NC가 적지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에 앞서 해커가 5이닝 이상을 책임져주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해커는 김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김 감독의 주문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수 104개로 역투를 펼친 해커다.
해커는 이날의 호투로 가을야구에 완벽히 적응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해커는 지난해 LG 트윈스와 치른 플레이오프에서 7이닝 3피안타(2피홈런) 5탈삼진 2실점으로 팀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두산 베어스와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도 7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을 떠안았지만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해커는 1년 만에 찾아온 가을 무대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과시하며 사직구장에서 축제를 즐기는 롯데 팬들을 침묵에 빠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