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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다문 '어금니 아빠' 범행 동기 오리무중

사건/사고

    입 다문 '어금니 아빠' 범행 동기 오리무중

    살해 혐의 인정 안해…성적 학대와 초호화 생활 의혹 잇따라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야산한 유기한 혐의를 받고 이모씨가 10월 8일 오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북부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딸의 중학생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35) 씨가 결국 구속됐지만, 이 씨가 무슨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는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 씨는 희귀 난치병인 '거대 백악종'을 앓으며 자신의 병을 물려받은 딸을 정성스레 돌보고 있는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어 충격이 더했다.

    ◇ ‘시신 유기는 했지만 살인은 안했다‘

    지난 5일 경찰에 붙잡힌 이 씨는 수면제 과다복용 상태로 의식이 불분명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러던 8일 오전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경찰에 출석해 3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서울 중랑경찰서는 현재 이 씨가 언어를 통한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씨는 그저 질문 내용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는 수준으로 조사에 응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간단한 신문 내용에는 답변했으나, 혐의를 인정하거나 범행방법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 씨는 같은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의 상태가 호전되기 전에는 이러한 범행을 왜 저질렀는지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다만, 이 씨는 지난 5일 경찰 검거과정에서 딸의 친구 A(14)양의 시신을 유기한 것은 맞지만, 살해한 것은 아니라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보관해 둔 약물을 A양이 잘못 먹는 바람에 발생한 사고라는 주장이었다. A양이 숨진 뒤, 이 씨가 딸과 함께 찍은 동영상 형식의 유서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딸의 친구가 약을 잘못 먹어 사고가 났다면, 당연히 병원에 연락해볼 것"이라며 살인 혐의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진행된 A양에 대한 부검 결과도 끈 같은 도구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고 나와, 경찰은 이를 타살 정황으로 보고 있다.

    결국 다양한 정황에서 경찰은 이 씨가 직접 살인을 저질렀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이 역시 A씨에 대한 보충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은 이 씨의 딸 역시 입건해 A양 시신 유기에 가담한 정황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씨의 딸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집으로 A양과 함께 들어갔고, 다음날에는 아버지 이씨와 A양의 시신이 든 가방을 차량에 싣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이 씨의 딸은 A양과 초등학교 동창인데, 왕래가 없다가 최근 갑작스레 연락을 해 집으로 초대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 역시 의문이다.

    이 씨의 딸은 현재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인해 의식이 없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생명에 지장이 있는 상태는 아니며, 시간이 지나면 호전될 것"이라며 회복 상태에 따라 추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이 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지인 박모 씨도 구속됐다. 이 씨는 시신을 유기하고 서울로 돌아온 지난 3일, 박 씨에게 연락해 '딸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왔는데 약을 먹고 숨져 시신을 유기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도움을 청했다.

    박 씨는 차를 몰고 이 씨를 서울 도봉구의 은신처로 운전해줬다. 현재 그 역시 이 씨의 살인 사실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부인 자살 방조 혐의' 내사 등 의문투성이

    여기에 이 씨의 부인 최모 씨가 건물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은 사실과, 이를 방조한 혐의로 경찰이 이 씨를 내사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추가로 알려졌다.

    게다가 부인 최 씨는 이 씨의 계부로부터 지난 2009년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며 강원 영월경찰서에 최근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도 밝혀졌다. 해당 사건과 이번 사건의 연관성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이밖에 이 씨의 집에서 성 보조도구가 발견됐으며 이를 근거로 A양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온바 있다. 또 A양이 발견당시 옷을 입고 있지 않았던 사실도 알려져 의혹이 커졌다.

    하지만 이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경찰 관계자는 해당 물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양에 대한 부검 결과에서도 성폭행이나 성적 학대에 대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함께 이 씨가 고급 외제차를 여러대 몰았고, 여러 채의 주택도 가지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며 딸의 희귀질환을 명목으로 모금한 돈으로 호화생활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씨 소유의 차량은 소형 외제차 한 대였으며, 거주하는 주택 모두 월세 형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양에 대한 부검결과와 이 씨의 자택에서 발견된 장갑, 끈 등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종합해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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