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공단 설립으로 보육·요양노동자들의 직접고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놓고 '빛 좋은 개살구'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 7월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계획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대표적인 복지공약이자 일자리 공약 중에서도 핵심사업으로 꼽힌다.
그동안 민간기관에 맡겨졌던 보육 및 노인 요양 등 사회서비스를 '직영시설'을 운영해 국민에게 보육·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보육시설 역시 전체 시설의 6~7%만 국공립 시설로, 그 중에서도 97%는 민간에 위탁돼 운영되고 있다. 장기요양기관도 3곳 중 1곳은 50인 미만의 소규모 시설인데, 이 가운데 약 70%는 개인 영리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사업자가 난립한 채 주로 영세시설로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고, 정부가 단속에 나서도 폐업한 뒤 이름을 바꿔 재창업하는 사례가 잦다.
이처럼 영세시설 위주로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시설에 고용된 노동자들 역시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리는 사례가 잦다.
단적인 예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전국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규직은 겨우 11.7% 뿐, 무기계약직 10.7%, 비정규직 77.6%(기간제 74.5%, 시간제 3.1%)로 대부분 기간제 노동자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단을 통해 향후 5년간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등 34만명을 직접 고용해 공공부문에서 창출하기로 약속한 81만개 일자리 가운데 40% 이상을 창출할 계획이다.
정부의 직접고용 가능성이 열리면서 보육·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6월 요양보호사와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8%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에 찬성하고, 86.6%는 공단이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또 공단이 직접 고용한다면 공단 소속으로 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90.8%가 일하겠다고 답했다.
문제는 정작 지난 7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계획을 발표할 때 정부는 앞으로 지자체가 새로 설치하거나 매입하는 국공립 시설만 직영시설로 세우기로 했다는 점이다.
대부분 법인이나 민간에 위탁·운영되고 있는 기존 국공립복지시설은 위탁운영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민간운영시설 중 공공시설로의 전환을 원하는 경우에만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매입을 통해 사회서비스공단의 직영시설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권교체 직후 발표된 다른 일자리 공약과 달리 7월까지도 기존에 위탁받아 운영하던 민간단체의 반발을 마무리짓지 못한 것 아니냐"며 "공단이 어린이집과 요양기관 등 직접 운영하는 대상을 지자체가 신규로 설치 또는 매입하는 시설로 한정하기로 양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정부가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하겠다고만 말하고, 실제로는 시도지사나 기초지자체에게 공을 돌려서 사실상 공약을 지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복지공약이기도 하지만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만들기, 81만 개 일자리 중 34만개가 명시된 일자리 정책. 인천공항을 보면 간접고용에서 직접고용 전환인데, 사회서비스는 민간 운용 기관이 너무 많아. 고용문제를 다루려면 기관 직영 전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오승은 정책차장은 "사회서비스공단 운영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안이 민간에 위탁한 시설의 운영권부터 회수하는 것인데 가장 쉬운 방법을 빼뒀다"며 "공약 이행 의지가 있기는 한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침을 내리지 않고 지자체 자율에만 맡겨뒀고, 최근 발표된 복지부 내년 봄 예산안에도 공단 관련 예산항목이 없다"며 "다른 일자리 정책에 비해 계획 발표 자체가 늦었고, 이후 계획도 적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