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자료사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제 사회의 제재·압박에 대응해 인사 개편 등 체제 재정비를 통해 장기 지구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북한 노동당의 핵심 요직인 조직지도부장에는 최룡해, 국가안전보위상에는 정경택이 기용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 北 전원회의 '비상시국'에 대비한 긴급회의 성격
7일 열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사진=자료사진)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0일 배포한 '북한 노동당 7기 2차 전원회의' 특징 분석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회의는 비상시국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회의의 성격"이라면서, "김정은 체제 재정비를 통한 '지구전(持久戰)' 준비를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김일성 시대에도 외부정세가 극도로 불안할 때 유사한 의제로 전원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며 "최근 중국의 대북제재 적극 참여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도가 최고조로 달한 상황에서 체제정비를 통한 대응차원에서 전원회의를 연 것"으로 평가했다.
김정은이 전원회의에 보고한 내용 20개 문장 중 5개 문장에서 '제재' 표현을 사용할 만큼, 북한은 현재 '조성된 정세'의 핵심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먼저 "경제라인의 대오 정비와 전면 배치를 통해 제재 내구력 확보 및 내각 중심의 제재국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연구원은 그 근거로 "태종수·안정수·박태성 등 경제관료들을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하고, 이주오 내각 부총리를 당 중앙위원에 기용하는 한편 10.8 김정일 당 총비서 추대 20주년 경축대회 때 과거와 달리 박봉주 내각총리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보다 앞서 호명한 것"을 들었다.
◇ 고위 외교관리 이례적 발탁 "對美 對中 접촉 염두"연구원은 또 "이례적으로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 고위 외교관리 2명을 정치국 정위원에 배정함으로써 외교적 차원에서도 지구전에 대비하고 있다"며, "향후 전개될 수 있는 대미, 대중 고위급 접촉을 염두에 둔 조치로, 특히 중국 외교부문 고위인사들과의 격 맞추기 필요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사적 차원에서도 최룡해 정치국 상무위원을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임명, 정세대응을 위한 중앙군사위원회의 역할 증대를 도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아울러 "장기전 대비 차원에서 과거와 달리 이번 회의에 주요공장과 기업소 일꾼 등 인민경제 현장관계자들의 참석 사실을 명시"하기도 했다.
연구원은 특히 최룡해가 이번 회의에서 당 전문부서 부장으로 임명된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의 위상을 고려할 때 조직지도부장 이외에 마땅한 직책이 부재하다"고 분석했다.
조직지도부장은 당 간부에 대한 인사정책을 책임지는데, 김정일이 지난 73년 조직지도부장에 올라 2011년 사망할 때까지 이 자리를 내놓지 않았을 정도로 핵심 요직이다.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 김정일 사망 시까지 쥐고 있던 요직 '조직지도부장'에 최룡해
연구원은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조직지도부장 대행 역)의 검열위원장 이동에 따른 공백을 최룡해 조직지도부장 임명을 통해 상임체제로 개편했을 가능성 존재한다"며, "과거 김정일이 후계자로 등극해 조직지도부장을 맡기 전까지 김영주가 조직지도부장을 맡은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또 이번에 새로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 정경택이 우리의 국가정보원장격인 국가안전보위상에 기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군사위 위원으로는 정경택과 함께 장길성이 새로 진입했지만, 장길성은 국가안전보위상을 맡기엔 직급이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낮고 정경택이 올해 초 해임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상의 후임으로 유력하다는 것이다.
◇ 김정일 운구차 멤버 8인 중 7인 사망·은퇴, 김정은만 남아연구원은 아울러 이번에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 선출된 박광호는 선전선동부장에 기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박광호의 파격적 기용은 그의 능력을 인정한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천거에 따른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한편 지난 8일 경축대회에서 김기남과 최태복이 주석단 명단에서 제외됨에 따라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당시 운구차 옆을 지켰던 8명 중 김정은을 제외한 7명이 모두 사망하거나 일선에서 후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