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호부대제 행사 포스터(사진= 인천예총 제공)
인천시가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乙巳五賊)' 중 1명이 포함된 역대 인천부사(府使)를 기리는 '인천도호부대제'를 해마다 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는 4천만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다.
인천시가 주최하고 인천예총이 주관하는 '인천도호부대제'는 지난 2003년부터 남구 인천도호부청사에서 ‘인천시민의 날’(10월 15일)을 기념해 매년 열리고 있으며, 14회째인 올해는 13일에 열린다.
인천 문학산 일대를 중심으로 한 조선시대 행정구역 인천도호부의 수령인 역대 인천부사 351명의 '공적'을 기리고 인천시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제례행사라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역대 인천부사 가운데는 을사오적 중 1명인 박제순(朴齊純·1858~1916)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박제순은 1889년부터 1891년까지 인천 부사를 지냈다.
박제순은 1905년 일본이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을사늑약(乙巳勒約)’에 서명한 '을사오적' 중 1명이다.
을사오적은 박제순을 비롯해 이지용(李址鎔·1870∼1928), 이근택(李根澤·1865∼1919), 이완용(李完用·1858~1926), 권중현(權重顯·1854~1934)을 일컫는다.
인천도호부청사 내에는 박제순의 '선정비(善政碑)'가 세워져 있었는데, 지역사회에서 철거 여론이 비등하자 2005년 인천시가 이를 철거하기도 했다. 이런 마당에 인천시가 박제순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매년 제사를 지내고 있는 셈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박제순이) 부사를 지낼 때는 을사오적은 아니었고, (을사오적은) 그 이후의 행적"이라며 "개개인보다는 인천부사직을 수행했던 것에 대해 제를 지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행사에는 인천시장과 인천시의회 의장, 인천시교육감이 제례를 주관하는 헌관(獻官)으로 참여하도록 돼 있다.
인천시장이 향을 사르며 폐백을 올리고, 첫 잔을 올리는 제관이자 제례의 주인인 초헌관(初獻官)을 맡아왔다.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제관인 아헌관(亞獻官)은 인천시의회 의장이, 마지막 잔인 세 번째 잔을 올리는 종헌관(終獻官)은 인천시교육감이 담당해 왔다. 올해는 인천시 교육감 대신에 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이 참석한다.
더욱이, 인천도호부대제는 문학산 일대를 중심으로 한 옛 행정구역인 인천도호부를 맡았던 인천 부사에게 올리는 제사로, 문학산 일대에 한정된 행정구역이었던 인천도호부의 역대 부사에게만 제례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의 인천은 인천도호부 뿐 아니라 부평도호부, 강화도호부를 합친 도시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인천도호부가 인천 전체를 아우르는 것은 아니고 부평도호부는 제례를 안지내고 있어서, '(인천도호부대제를) 꼭 해야 하는 행사인가' 에 대해 검토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2003년에 인천도호부 청사만 복원되면서 대제를 지내왔다"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도호부대제는 전국에서 인천시가 유일하게 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