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부산시가 지난 12일 개막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알리는 데 게을리해 왔다는 지역민들의 비판이 나온다. 이는 곧 서병수 부산시장의 책임론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13일 낮, 부산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기사가 물었다.
"영화제 언제 개막합니까?""어제(12일) 개막했다"는 말에 그는 "작년에는 그래도 가는 길목에 현수막이라도 있더니 올해는 아무 것도 없다"며 말을 이었다.
"(부산)시에서 영화제에 관심이 없는지 현수막도 달지 않아서 시민 중에 영화제를 하는지 안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관심 많은 사람들이야 가겠지만 모르는 시민들도 알고 오게 해야 되는 건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 몇 년간 그렇게 영화제를 규제하더니 영화제가 다 죽었다"며 "문화예술은 정치가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영화의전당 매표소 앞에서는 10여 명의 청년들이 손팻말을 들고 "서명운동에 동참해 주세요"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한 손팻말에는 '다이빙벨 사태란?'이라는 제목과 함께 다음과 같은 설명이 적혀 있었다.
"'다이빙벨' 사태란 아시아 최대 국제 영화제의 명예를 훼손하고, 생명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율성·독립성을 침해한 사건입니다. 영화예술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당시의 시대상을 압축하고 기록하여 남기는 것이며, 영화제가 그 기능을 돕습니다. 영화 '다이빙벨'이 그 기능을 수행한 영화이며, BIFF(부산국제영화제)가 상영작으로 선정한 이유도 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어 "그런데 영화예술의 이런 숭고한 기능을 무시한 부산시는 정치적인 목적만 내세워 '다이빙벨' 상영을 강제로 중지한 것입니다"라며 "영화는 정치적일지언정 영화제는 정지적이어선 안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14년 부산영화제 측은 부산시로부터 영화 '다이빙벨' 상영 중지를 요구받았고, 이를 거절한 이후 예산 삭감, 감사원 고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등의 수모를 겪었다. 여기에는 박근혜정권의 조직적인 외압이 작용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 "다이빙벨 사태 일어났을 때 저희는 힘 없는 고등학생이었다"
13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앞에서 부산지역 영화학과 학생들이 시민들에게 '다이빙벨 사태'를 알리기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진욱 기자)
이날 현장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던 이가영(20) 씨는 "우리는 부산에서 영화학과를 다니는 1학년 새내기들"이라며 "다시는 정부가 영화제에 정치적으로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40여 명이 모여 영화제기간 내내 영화의전당, 해운대 등 행세가 열리는 곳에서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서명운동을 통해 시민들이 이 사건을 한 번 더 알 수 있도록 하고, 저희와 동참함으로써 영화제가 영화제로 남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다이빙벨 사태가 일어났을 때 저희는 고등학생이었다. 정부가 왜 예술에 개입하려 드는지 의아했다. 당시에는 힘이 없었고, 직접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데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언젠가 행동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꼭 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예술의 자율성이 조금 더 확보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청년들은 전날 부산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현장 주변에서도 손팻말을 들고 시민들에게 다이빙벨 사태를 알렸다.
서병수 시장이 개막식에 등장한 것을 두고 이 씨는 "서 시장이 다이빙벨 사태를 일으킨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양심이 없다"며 "스스로 이러한 사태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개막식에 왔다는 것 자체가 너무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영화로 자기 뜻을 펼치는 사람들이 멋있었고 저도 그렇게 하기 위해 영화 연출을 선택했다"며 "저희는 예술의 장은 예술의 장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이 정치의 억압을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정부가 다시는 개입하지 않고 저희만의 예술을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