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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미호X문소리가 '여배우'이고 싶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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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카야마 미호X문소리가 '여배우'이고 싶지 않은 이유

    (사진=김원유 PD)

     

    국적은 달랐지만 국경은 느껴지지 않았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를 방문한 일본 배우 나카야마 미호와 한국 배우 겸 감독 문소리가 여성 영화인으로서의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13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비프(BIFF) 빌리지에서 '여배우, 여배우를 만나다' 오픈토크를 가졌다. 관객 수십명이 푸른 바다가 반짝이는 해운대 해수욕장에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였다.

    영화 '러브레터'로 사랑받는 나카야마 미호는 이번에 영화 '나비잠'으로, 배우 문소리는 감독 데뷔작 '여배우는 오늘도'로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이들은 모두 나이가 들수록 영화 배역에 한계가 생기는 여성 배우들의 현실에 유감을 나타냈다.

    나카야마 미호는 "일본에서도 나이를 쌓아갈수록 역할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는다. 나이가 많은 여성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게 시대 때문인지 사회 시스템 때문인지 잘 모르겠는데 깊이를 더해가는 배우로 남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일본 여성 배우들의 상황을 전했다.

    꾸준히 한국에서 활동을 해왔던 문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직접 작품을 연출해 여성 배우들의 현실을 녹여낸 그에게는 더 와닿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문소리는 "이번에 '여배우는 오늘도'로 동료 여성 배우들과 관객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여성 캐릭터들이 줄어든 현상에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얽혀 있더라. 영화는 산업이기도 하니까 이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면서 "더 다양한 색의 배우라는 그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여성 배우들에게 숙제로 남았다. 너무 배부른 것보다는 배고플 때가 오히려 할 일이 많고 뛰기가 좋다"고 현실 변화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사진=김원유 PD)

     

    20년 가량을 영화계에 종사해 온 이들도 '여배우'라는 명칭에 담긴 한계와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두 배우들은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비로소 동등한 '배우'로 대우받을 때,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나카야마 미호는 "일본에서는 여배우를 줄여서 '여우'라고 한다. 여기에서의 '배우 우'자는 뛰어나다는 뜻의 한자이고 뛰어난 여성이라는 뜻일텐데 나는 그게 별로 좋지 않다. 여배우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배우라는 말이 좋다. 내가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문소리는 이에 깊이 공감하며 '여배우'라는 명칭이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점을 설명했다.

    문소리는 "'여배우니까' 이 말에 많은 것들이 요구된다. 다른 것들은 하지 말고 어떤 것만을 해주길 원하는 게 있다. 예전에는 거기에 맞춰서 해야 되나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같이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구성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많은 여성 배우들이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한다. '여배우니까 이래야죠'가 아니라 '여배우라고 왜 이러면 안되나요'다. 저번에 어떤 시상식에서 내게 '여배우는 영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죠. 꽃에게 드리는 상입니다'라고 하는데 그 말이 꼭 좋게만 들리지 않더라. '거름이나 열매, 뿌리나 줄기가 될 수는 없나요'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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