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독립된 제 3자로서 금융 규제를 점검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금융위원회 옴부즈만'이 홍보 부족으로 인해 금융회사 민원 처리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 받은 '금융위 옴부즈만 성과 내역'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지난 달까지 총 20개월 동안 금융위 옴부즈만은 금융회사 고충 민원을 65건, 소비자 보호 제도 개선 민원을 16건 접수했다.
금융위 옴부즈만은 불합리한 금융 규제나 민원과 관련해 금융당국에 의견을 제시하는 자문기구다. 지난 2015년 1월 4일 국무총리 훈령으로 제정 및 시행된 '금융규제 운영규정' 제 18조에 옴부즈만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실질적으로 운영됐다.
민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금융당국과 독립된 제 3자의 지위에서 금융규제를 상시 점검하고 불합리한 금융규제를 개선하는 게 목표다. 이로써 금융회사의 고충을 경감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자는 것이 도입 취지다.
금융위 옴부즈만 성과 내역
그러나 운영 20개월 동안의 실적을 보면 금융소비자 보호 의무는 등한시하고 금융사 고충 민원 해결 창구로만 자리매김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금융회사 고충 민원 접수 건이 65건으로, 소비자 보호 제도 개선 민원 건수보다 4배나 많다.
자체 처리 건수만 놓고 봐도 금융사 고충 민원 처리 건수는 59건, 소비자보호 제도 개선 민원 처리 건수는 9건이다. 결국 금융위 옴부즈만은 한달에 평균 2.95건의 금융사의 고충 민원을 처리한 반면, 소비자 보호 제도 개선 민원은 한달에 1건도 처리하지 못한 셈이다.
옴부즈만에 안건이 상정되는 방식도 주로 비공식적 채널로 이뤄졌다. 옴부즈만 메일, 금융규제민원포털 등 공식적 채널로는 사건 접수가 거의 없고, 개별 옴부즈만에게 개인적·비공식적으로 건의하는 민원들이 안건으로 주로 상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총 접수 건수 중에서 금융회사 민원 1건만 금융협회에서 신청한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옴부즈만들이 안건을 가지고 와 상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옴부즈만 구성이 교수 등으로 편중돼 있고 홍보 부족 등으로 금융 소비자가 옴부즈만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옴부즈만 총 7명 가운데 4명이 교수이고 나머지 3명의 옴부즈만도 공인회계사 이사회 부회장 등이다. 일반 금융소비자나 금융소비자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월 옴부즈만 1주년을 맞이해 뚜렷한 성과를 냈다고 '자화자찬'을 하며 소통 채널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상반기 내 블로그를 개설하고 익명 신고 채널을 다양화하는 등 대국민 홍보에도 나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1월에 개설된 옴부즈만 블로그는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다. 보도자료와 위원장의 인사말 등만 올라와 있고 옴부즈만 주요 개선 사례 카테고리에는 포스팅 조차 올라와 있지 않다.
전해철 의원은 "금융위가 뚜렷한 성과가 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실제로 살펴보니 옴부즈만 공식 채널은 전무했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에는 소홀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옴부즈만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선 제도의 실질화 및 독립성 강화, 홍보 확대를 통한 소비자 보호 제도 개선 증대 노력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운영 규칙 개정을 통해 내년 2월 옴부즈만 위촉 시 정수 확대 및 금융소비자 관련 옴부즈만 위촉 등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