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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수사, '부서간 칸막이'로 초기 20시간 날려

사건/사고

    어금니 아빠 수사, '부서간 칸막이'로 초기 20시간 날려

    칸막이에 갇힌 '핵심수사단서'…실종수사 전반 재검토 필요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13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 송치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딸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초동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사팀 간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사건 초기 하루 가까이 되는 시간을 날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실종 수사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강력팀 내사했는데…전담팀은 몰랐다고?

    서울 중랑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전담수사팀은 1일 오후 9시쯤, 전날 실종된 A(14) 양의 어머니로부터 A 양이 친구 이모(14) 양과 만났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하지만 전담팀은 다음 날 오후 5시쯤까지 이 양이 이영학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20여 시간을 허비했다.

    같은 중랑서 내 형사과 강력팀이 한 달 전부터 이영학의 행동을 이상히 여겨 내사를 진행중이었으나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력팀은 앞서 이 씨가 아내에게 상해를 입히고 자살을 방조했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이 가족이 전에 살던 집 이웃들에 대한 탐문까지 마친 상태였다.

    이를 까맣게 몰랐던 전담팀은 그동안 이미 꺼져있던 이 양의 스마트폰에 전화를 걸거나 페이스북 계정, 집 주변 폐쇄회로(CC)TV를 뒤지는 정도에 그쳤다.

    ◇ '부서간 칸막이'에 갇힌 핵심수사단서

    전담팀이 강력팀과 공조수사를 펴기 위해서는 해당 실종사건에서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전담팀은 주변 주민들을 탐문하다 이 양 가족에 대한 수상한 소문을 듣고 나서야 강력팀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때까지 '내사'에 대한 정보교류는 이뤄지지 못했다.

    수사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전담부서를 만들었지만 한 지붕을 쓰는 경찰서 안에서도 '부서 간 칸막이' 안에 핵심 수사단서가 갇힌 꼴이다.

    실제로 13일 이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경찰은 "전담팀 실종수사중 이 양에 대한 내부 조회를 통해 이영학의 내사여부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인정했다.

    막막하던 수사는 지난 4일 경찰서장에게 보고되고 합동수사가 개시되면서 뒤늦게 속도를 냈다. 경찰은 다음 날인 5일 도봉구 한 빌라에서 수면제를 다량으로 복용한 이 씨 부녀를 발견해 체포했다.

    (사진=자료사진)

     

    ◇ 현장 "인력 부족"…'실종전담팀' 대안될까

    일선 경찰서 내 여성청소년 전담수사팀은 박근혜정부 초기인 지난 2012년부터 신설되기 시작했다. 이후 전담팀은 가정폭력이나 성폭력과 함께 당초 강력팀에서 담당하던 실종수사 업무를 떠맡게 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부족한 인력에 수사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중랑서는 4명 안팎으로 구성된 4개팀이 교대로 근무하는데 한 달에 300여 건 이상의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영등포서나 마포서의 경우 같은 인력으로 하루에만 20~30건의 신고를 받는다.

    경찰은 이에 자구책으로 실종사건 전담팀을 따로 구성하고 있다. 일반 여성청소년 전담팀의 경우 당직근무가 끝나면 일반적으로 다음 팀에게 사건을 인계하거나 휴식 후 다시 사건을 들여다본다.

    실종전담팀에서는 팀 내 정보교류가 비교적 용이하고 전문인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이를 구성한 경찰서가 서울의 경우 절반에 이를 정도로 급증했다. 다만 이번 사건이 발생한 중랑서는 별도로 구성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공정식 교수는 "실종사건은 초기 전문적인 개입이 중요한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각성을 느끼고 실종전담팀이나 '실종과'로의 확대개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와 함께 실적 이기주의 등으로 막힌 수사팀 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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