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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감독 비율 11%… 데이터로 본 영화계의 '성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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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감독 비율 11%… 데이터로 본 영화계의 '성 불평등'

    [부국제 현장] '성평등' 포럼: 해외 사례를 통해 본 성평등 영화정책

    영국영화협회 BFI(British Film Institute)는 영화산업을 성 인지적 관점으로 분석한 통계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사진=BFIFILMOGRAPHY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18일, 이송희일 감독은 올해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 포스터를 한데 모은 사진 1장을 올렸다. 총 25장의 포스터에서 남성은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남성은 홀로이거나, 둘이거나, 셋 이상으로 형태가 다양했다. 반면 여성은 주인공이 여럿인 작품에서 간신히 한 자리를 차지할 뿐이었다.

    "누가 보면 한국에는 여자 배우가 아예 없거나 여성의 영화 출연이 금지된 줄 알겠다. 이젠 좀 바뀔 때도 되지 않았나"라는 이송희일 감독의 일침은 2017년 현재 한국영화산업에 만연한 '남초' 현실을 꼬집는다.

    13일 오후 2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사)서울국제영화제와 (사)부산국제영화제가 공동주최하는 '영화산업에서의 성평등,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 포럼이 열렸다.

    '해외 사례를 통해 본 성평등 영화정책' 발제를 맡은 조혜영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우선, 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성 불평등'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소개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간 개봉한 한국영화에서 여성감독의 작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2011년 150편 중 16편, 2012년 175편 중 16편, 2013년 183편 중 13편, 2014년 217편 중 16편, 2015년 232편 중 12편, 2016년 276편 중 26편이었다. 지난해를 제외하면 전체 영화 제작수가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게, 10편 안팎의 영화만이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비율로 따지면 2011년 10.67%, 2012년 9.14%, 2013년 7.1% 2014년 7.37%, 2015년 5.17%, 2016년 11.6%였다. 지난해와 2011년을 빼면 10%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수치다.

    텍스트를 입력하세요.조혜영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의 '해외 사례를 통해 본 성평등 영화정책' 자료 (사진=김수정 기자)

     

    해외라고 해서 크게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다. 영국영화협회 BFI(British Film Institute) 통계에 따르면, 1913년에 캐스팅된 여배우 비율 31%는 100년 넘게 흐른 2017년 30%로 오히려 줄었다. 또한, 1913~2017년에 제작된 1만여 편의 영화 중 여성 다수가 스태프를 구성하는 경우는 1% 이하였고, 2000년대 이후로만 따져도 7%에 그쳤다.

    더 많은 결정권한을 갖는 쪽도 남성이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의 영국영화산업 종사자들을 성별로 구분해 보니 의상 디자이너, 캐스팅 디렉터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프로덕션 디자이너, 프로듀서, 작가, 감독, 촬영기사 등 영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업종은 남성이 대다수였다.

    스테이시 L. 스미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흥행순위 900위 내 영화 중 영화 안에서 대사가 있는 여성 캐릭터의 비율은 2016년 기준 31.4%였다. 남성 캐릭터와 비교하면 2.3:1 수준이었다. 여성은 미국의 인구 구성 중 50.8%를 차지함에도 영화 속에서 대사가 주어진 경우는 31.4%였다. 또,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영화를 제작한 감독 1006명 중 41명만이 여성이었다. 4.1%에 불과한 비율이다.

    조 프로그래머는 "전체 스태프(가 각각 어떤 역할을 맡는지) 성비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건 결정권 갖는 비율을 따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 보고서에서 베를린과 칸 영화제 심사위원 성비를 분석했더니, 남성 심사위원은 남성감독을, 여성 심사위원은 여성감독을 선호했다. 관객들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여성감독의 작품을 더 골랐다"며 "여성감독이나 프로듀서의 경우 여성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훨씬 많고 여성 스태프를 뽑을 가능성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 성평등, '문화 다양성' 위해 필요… 외국은 어떤 정책 쓸까

    (사진=김수정 기자)

     

    왜 영화계에 이렇게 '여성'이 적을까. 여성 영화인이 마주치는 장벽이 공고하기 때문이다. 조 프로그래머는 △핵심 결정자 다수가 남성인 것 △남성지배적인 산업 △여성은 결혼·육아 등으로 경력단절되기 쉬운 것 △여성인력과 기술이 과소평가되는 경향 △남녀 임금격차 등 5가지를 그 예로 들었다.

    여성영화인에게 충분히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상은 악순환의 씨앗이 된다. 이는 결국 '여성감독의 과소대표→감독은 곧 남성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짐→남성이 여성보다 감독 역할에 더 적합하다는 산업 전문가의 편견 강화'까지 이어진다는 게 조 프로그래머의 설명이다.

    조 프로그래머는 영화산업의 성평등이 필요한 이유로 문화 다양성 제고, 젊은 여성 관객 발굴 등 상업적 이유, 최선의 인력 배치, 공정성을 들었다. 여성은 '실재'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덜 노출되고, 그 결과 영화를 비롯한 현재 문화콘텐츠는 관객의 다양한 인구구성을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영화협회는 2015년 10월 1백만 파운드를 다양성 기금으로 조성, 다양성을 증진하는 회사나 개인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민족성, 국가 기원, 장애, 성적 지향, 나이, 사회계급적 위치, 젠더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는 전제로 프로덕션 기금을 주는 프로젝트 '3장의 티켓'의 확장판이었다.

    영국감독조합은 2020년까지 공적 기금 지원에서 감독 성비 50:50을 성취하고 다양성 영화에는 세금을 감면하며 영국 산업의 성평등을 위한 캠페인과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을 정책으로 내세웠다. 영국영화협회는 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여 내년 4월부터 공적 기금 지원서 성비 50:50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다. 영화산업의 50:50 성평등 실천의지 선언은 스웨덴의 영화진흥위원장인 안나 세르너가 시작한 것으로, 전 세계 영화계 성평등 열기에 불을 지폈다.

    조 프로그래머는 영미권과 유럽의 영화계 성평등 정책 경향은 일부를 '할당'(QUOTA)하는 게 아니라 '동수'(PARITY)로 맞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구구성에 따른 대표와 재현이 가능하도록 '문화시민권'과 '문화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이런 방향은 소수자에게 시혜적인 태도를 취하는 다문화주의의 함정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해외는 △젠더 편향과 성적 불평등 발화 △구체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의 통계와 리서치 △개인과 구조, 공적 기금과 기업 기금, 감독의 핵심 직종 모두에 대한 단계별 대책 마련 △성평등 선언과 액션 플랜 발표 △단기·장기 정책 마련 △관련법 입법 및 자금 마련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 무척 세세하고 단계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스웨덴에서는 성평등과 관해 자주 나오는 질문과 답 매뉴얼을 작성했고, 호주와 영국은 각각 Gender Matters 캠페인, Diversity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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