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부터 90년 동안 도로로 사용된 땅이더라도 국가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소유권을 넘겨받지 못했다면 땅주인에게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6일 김모씨가 경북 고령군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고령군은 도로로 사용되는 김씨 땅에 대한 사용료를 줘야 한다"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인근에 주거지역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도로를 '주거나지'(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주거지)로 봐 사용료를 산정한 것은 관련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이 부분 2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고령군청 앞 일반 주거지역에 위치한 김씨의 땅은 1921년부터 특별한 사정없이 도로로 사용됐다. 김씨는 2011년 이 땅을 원주인에게서 사들인 후 2016년 고령군을 상대로 5년동안의 사용료를 물어내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원주인이 토지의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했고, 이런 사실을 알고서도 땅을 산 김씨도 사용료를 청구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적법한 절차를 밟았거나 땅주인의 허락을 받아 도로로 사용했다고 인정할 수 없어 원주인이 땅의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며 고령군이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인근지역이 일반주거지역이므로 주거나지를 기준으로 사용료를 산정해야 한다"며 9천58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 땅의 사용권과 수익권에 관한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계산과정에서 법리오해가 있다며 사용료를 다시 산정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