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대규모 채용비리 정황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강원랜드가 외부 강사료는 다른 공공기관보다 최대 3~4배 이상 많이 지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실이 강원랜드로부터 제출받은 '2013년 이후 연도별 강연 현황'에 따르면, 2014년 5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소통'을 주제로 한 1시간 강의를 한 뒤 495만원을 받았다. 10초당 1만3750원을 받은 셈이다.
지난 9월에 '인문학, 언어'를 주제로 한 1시간 30분을 강연한 작가도 462만원을 받았고, 다른 의사나 방송국PD, 자산관리사 등도 1~2시간 강의에 300만원 이상의 강사료를 받았다.
이같은 강사료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인사혁신처 산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2016년에 만든 '국가공무원교육원 강사 수당 등의 지급기준'에 따르면, '국내외 해당분야 초고권위자로 (원장이) 특별히 인정하는 자'도 1시간당 100만원 이하의 강의료를 받게 돼 있다.
전·현직 장관급 이상 및 이에 준하는 자와 사회적 명망이 높은 문화·예술·종교인·기업대표 등도 1시간에 4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지급기준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강원랜드 외부 강사료 기준은 '딴 세상'에 있다. 강원랜드 '임직원 교육훈련 지침'에 따르면, '해당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및 방송‧언론 등 대중매체 인지도가 높은 자'를 1등급으로 하고 강사료는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협상에 의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기준이 없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또 '해당 분야 전문가로 사회 통념적으로 인정받는 저명인사'는 2등급으로 시간당 150만원 이하, '대학교수 및 전문가 등 해당 분야 경력을 인정받은 전문 인사'는 3등급으로 시간당 100만원 이하의 강사료가 책정돼 있다.
다시 말해, 강원랜드의 외부 강사료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최대 3~4배 이상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한푼이라도 알뜰하게 사용해야할 세금으로 강사료를 '물쓰듯 쓴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8월에는 보수진영의 학자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정치철학 특강을 개최했다.
지난 8월 9일 수도권의 한 대학 A교수는 '정치철학'을 주제로 강원랜드에서 특강을 했는데, 당시 강연 주제는 '포퓰리즘이 민주주의를 망친다'였다.
A교수는 강의에서 "세상에 알려진 독재자도 그 나라에서는 혁신적인 선구자이며 다수의 시민에게 지지로 합법적으로 집권했다"면서 "반대로 풍부한 자원이 있음에도 국가를 부강시키지 못한 무능력한 통치자도 있다. 단순히 민중의 요구를 따르는 것만이 심각한 현실의 문제들을 풀어낼 수 없다"고 강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교수는 보수언론에 칼럼을 기고하거나 TV토론회에서 보수논객으로 출연하는 인물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치철학 특강 개최 자체가 부적절하단 지적이 나온다. A교수의 섭외는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의 추천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송기헌 의원은 "강원랜드는 공공기관이라는 공익성과 폐광지역 경제회생이라는 설립 목적에도 불구하고 사기업 이상으로 비용 지출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며 "임직원들에게 아무리 좋은 외부강사 강의라도 비용 대비 효율성을 고려하면 적절치 않은 지출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광화문 광장에 모인 1천만 이상 촛불민주주의를 '포퓰리즘'이라고 이념적 색칠하는 이념강연을 공공기관에서 비싼 강연료를 지불하며 진행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함승희 사장은 강원랜드를 자신의 사적 영역으로 활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