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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브로드웨이에 오른 뮤지컬 'KPOP'을 아시나요?



공연/전시

    美 브로드웨이에 오른 뮤지컬 'KPOP'을 아시나요?

    [노컷 인터뷰] 뮤지컬 'KPOP' 작곡가 헬렌 박

    뮤지컬 'KPOP'. (제공 사진)

     

    미국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한국의 가요 '케이팝'(K-pop)을 소재로 한 공연이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끈다. 제목마적 'KPOP'인 이 뮤지컬은 한국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극작가 ‘제이슨 김’이 극본을 썼다. 그는 채널 HBO에서 방송한 드라마 '걸즈'(Girls)와 FOX에서 방송한 '그레이스포인트'(Gracepoint)의 극본을 쓴 유명 방송 작가이다.

    지난 9월 5일부터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 3대 극장 중 하나인 아르스노바(Ars Nova, 150석 규모)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KPOP'은 지금까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과 언론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뿌리칠 수 없이 중독적이다”, <빌보드>는 “넓은 범위의 장르와 예술적 이해를 넘나든다”고 평했다. 원래는 지난 10월 7일까지 공연이었는데 인기가 많아 21일까지 연장됐다.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하다. 케이팝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까지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아직 비주류인 게 현실이다. 그런데 아직 비주류인 케이팝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미국 관객들에게 왜 이토록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걸까.

    이 공연에 작곡가로 참여한 이가 한국 출신 헬렌 박(한국명 박현정, 31)인데, 그가 최근 한국에 들어왔다고 해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다. 그에게 뮤지컬 'KPOP'의 제작 배경과 관객들의 반응, 인기 비결, 그리고 공연이 전하는 메시지 등을 들어보았다.

    ◇ "미국까지 번진 '강남스타일' 열풍…그런데 그저 웃기기만 한 곡이 아닌데"

    싸이 '강남스타일'.

     

    헬렌 박에 따르면, 제이슨 김​(HBO​ ​드라마​ ​'걸즈'​ ​작가)​이 'KPOP' 극본을 쓰게 된 아이디어는 바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때문이었다.

    "'강남스타일'이 미국에서 히트작이 됐을 때 제이슨 김은 자랑스러웠다고 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미국인들이 그 노래를 제대로 이해하는지 궁금했대요. 싸이는 정치·문화면에서 매우 재치 있고, 지적인 사람이에요. 그런 싸이가 강남 사람들의 허세를 풍자한 곡이 '강남스타일'인데, 미국에서는 그저 우스꽝스럽게만 봤다는 거죠." (헬렌 박)

    또 '강남스타일'의 큰 인기는 미국에서 다른 케이팝까지 우스꽝스럽거나 이상(?)하고, 재밌다고 이해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제이슨 김은 강남스타일 같은 케이팝도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진지하고, 장르면에서는 다양한 케이팝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케이팝 장르가 화려하고, 중독성 있고, 매력 있어서, 미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을 만한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스타인 비나 보아가 미국에 진출하지 못한 이유가 궁금했고, 그래서 두 나라의 문화 간 관계를 탐구하고 싶었다“고 헬렌 박은 설명했다.

    ◇ 공장식 스타 양성, 다이어트와 성형 그리고 정체성

    뮤지컬 'KPOP'. (제공 사진)

     

    공연에는 크게 3팀의 케이팝 가수가 등장한다. 하나는 솔로가수 무이(Mwe), 다른 하나는 5인조 보이그룹 에프에이트(F8), 나머지 하나는 6인조 걸그룹 스페셜 케이(Special K)이다. 관객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의 케이팝 가수를 순회하며 만난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다 접하면 피날레 콘서트 장소로 이동해, 합동 콘서트를 보게 된다.

    각각의 이야기에서 케이팝 가수를 미국에 진출시키고자 하는 대형기획사(JTM엔터테인먼트)와 미국 진출을 위한 컨설턴트 제리가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위해 본래의 모습을 포기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가수들이 혼란을 겪고 극복하는 모습을 그린다.

    해외 진출하는 케이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미국에서 ‘독특하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그 특징 중 하나가 기획사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옛날 한국의 공장형 제조 방식을 닮았다는 것. 이밖에 성형으로 인해 비슷한 외모, 외국 진출을 위한 외국인 멤버, 오랜 기간 훈련하는 연습생 시스템, 군무, 후크송 등도 특징이다. 공연에서도 이같은 모습이 반영됐다.

    "관객들은 각 방에서 젊은 인재들이 피땀 흘리며 인공적으로 완벽한 스타로 만들어지는 광경을 목격해요. 미국에서 데려온 흑인 안무가는 각 동작을 더욱 완벽하고 카리스마 넘치게 다듬고, 보컬 트레이너는 보다 더 완벽한 보컬을 요구하죠. 컨설턴트 제리는 동양인 악센트 문제를 고치게 하려고 하고, 미국인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전략을 짜기도 하죠. 성형외과 의사도 등장하는데 그는 외형에 초점을 두죠. 또 미국계 혼혈 멤버들이 있는데 이들은 경계인의 입장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낍니다."

    ◇ 뮤지컬 'KPOP'이 전하려는 진짜 메시지는?

    뮤지컬 'KPOP' 포스터. (제공 사진)

     

    어쩌면 이 모든 모습이 케이팝, 아니 한국 연예계 산업의 ‘민낯’이라 할 수 있지만, 뮤지컬은 이를 비판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물론 고쳐져야 할 점도, 변해야 할 점도 있지만, 이 자체도 케이팝이라는 점을 공연은 분명히 한다.

    또 공연은 케이팝이라는 장르를 미국과 세계 속 동양인을 향한 인종 차별을 바라보는 렌즈로 활용한다. 관객은 이 과정에서 그동안 자신들이 생각지 못한 인종 차별을 직면한다. 캐릭터들이 고압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유색인들을 미국화하려는 태도가 바로 그러하다. 그러면서 이민자 혹은 혼혈들이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계인임을 상기시킨다.

    뮤지컬 'KPOP'. (제공 사진)

     

    이는 극본을 제이슨 김도, 작곡가 헬렌 박도 미국 등에서 공부하며 겪은 이방인으로서의 고민이다. 공연 중에는 혼혈계 멤버가 미국에도 그렇다고 한국에도 섞이지 못한 경계인임을 고민하며 성형외과 의사에서 자신을 한쪽에 소속될 수 있는 모습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이 있다. 그러자 의사는 어느 쪽을 원하느냐고 묻는데, 멤버는 그 역시 결정하지 못한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정체성에 대해서 어쩔 수 없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의 문화와 사회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사회에 얼마나 속해 있고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가. 그리고 나의 남과 '다름'이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인가 아니면 받아들여야 할 부분인가. 결국 우리가 그 '다름'을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설 때 가장 빛을 발한다는 게 저희 공연의 가장 큰 메시지인 것 같아요."(헬렌 박)

    보이그룹 방탄소년단. (제공 사진)

     

    그런 의미에서 헬렌 박은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당당함'을 주목한다.

    "공연 중 제리가 관객에게 ‘케이팝이 미국 진출에 왜 실패한 것 같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어요. 다양한 대답이 나오는데 어떤 사람은 '키가 작아서'라는 인종 차별적 발언도 해요. 또 어떤 사람은 미국의 인종 차별 때문이라고도 하고요. 그런데 인상적인 대답을 한 사람이 있었어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을 보이려고 하는 모습 때문’이라고. 사실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는데, 케이팝 가수들이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이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시아에서 최고인 한국 가수들이 미국에 진출할 때는 그 시장을 공략하려고 다른 모습을 보이다 매력을 잃는 경우를 보게 돼요. 그런 의미에서 방탄소년단은 일부러 다른 모습을 보이려고 하지 않고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게 멋있어 보여요.”(헬렌 박)

    ◇ 케이팝 모르는 미국인들도 케이팝 매력에 푹 빠져

    뮤지컬 'KPOP'의 작곡가 헬렌 박. (제공 사진)

     

    공연은 메시지 때문에 매우 무거워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재미있고 유쾌하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가이다. 여기에는 케이팝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헬렌 박의 공로가 크다.

    헬렌 박은 지난 3년 반 동안 맥스 버넌과 함께 이 뮤지컬 작곡/작사 작업을 했다. 작품을 위해 40곡 이상을 썼고, 두 사람이 편곡 그리고 뮤직 프로덕션까지 해야 했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케이팝 트렌드에 뒤쳐질까봐 계속 사운드를 업데이트하고 연구했다.

    그가 이토록 노력한 데에는 자신이 못만들면, 케이팝을 미국에 보여주고자 한 공연의 취지와는 맞지 않게 오히려 반대되는 결과가 나올까 우려해서다.

    “제가 제일 두려웠던 건 미국에서 케이팝을 대표하고 우리나라의 음악의 완벽성을 추구하는 문화를 보여주고자 하는 뮤지컬에서, 낮은 퀄리티의 음악을 보여주게 될까봐였어요.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음악을 홍보하는 것에 반대 되는 효과를 얻게 되는 거니까요. 자칫 패러디가 될까봐 항상 긴장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곡 작업을 했고, 이 뮤지컬 작곡을 통해 개인적으로 뮤직 프로듀서로써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 같아요.”(헬렌 박)

    뮤지컬 'KPOP'. (제공 사진)

     

    그러한 노력은 관객들의 호응으로 돌아왔다. 케이팝에 대해 전혀 모르던 미국인들이 공연을 본 뒤 케이팝 음악의 중독성과 에너지 넘치는 안무로 인해 신나는 에너지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공연을 보러 오는 대부분의 관객이 백인들인데, 소셜미디어나 블로그를 통해 이 공연으로 인해 케이팝에 빠지게 됐고, 한국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검색해 보게 되었다고 포스팅을 한 것들을 봤어요. 케이팝 특유의 음악적 다양성, 리듬감, 그리고 중독적인 멜로디를 재현하려고 저희가 많이 노력했는데, 미국 관객들은 그런 미국 팝과 사뭇 다른 케이팝의 면들을 저희 공연을 통해 좋아해 주시는 걸 느껴요."(헬렌 박)

    “또 저희가 이중 국어(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노래들을 만들었거든요. 어떻게 해야 영어만 알아듣는 미국 관객이 한국어가 섞인 노래들을 듣고 그 노래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결국 멜로디의 리듬감과 기억에 남는 강렬한 후크, 이런 것들이 팝 청취자들을 사로잡는 것 같더라고요. 모든 단어 하나하나를 알아듣지 못해도 감정으로 이해하고 느끼는 게 바로 팝 음악의 힘인 걸 알게 됐어요.”(헬렌 박)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배우들이다. 18명의 배우 중 17명이 아시아계이다. 브로드웨이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공연은 미국에서 오는 21일까지 공연한다. 아르스노바에서 공연을 마치면 이후 뉴욕에서 오랜 기간 더 공연을 이어갈 큰 극장을 찾아 움직이려 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게 헬렌 박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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