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는 16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이 공석인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을 조속히 임명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헌재의 요구를 숙의해볼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날 헌재 재판관들의 입장 발표에 대해 "헌재의 요구와 그 내용을 검토해봐야 한다. 당장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라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는 다만 지난달 18일 헌재가 내부 회의에서 김 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고, 김 대행 체제를 비판하는 야권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비판한 가운데 헌재 재판관들이 소장 및 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요구한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헌재 재판관은 "조속히 (헌재소장 및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가 진행돼 헌재가 온전한 구성체가 돼야한다"고 요구했는데, 이 입장이 재판관 지명을 통한 9인 재판관 체제를 요구한 것이라면 김 대행 체제를 유지한다는 청와대의 입장과 배치되지 않는다.
하지만 '김 대행 체제를 빨리 마무리하고 소장을 지명해 달라'는 취지라면 헌재 재판관들이 문 대통령의 결정을 압박한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이수 대행 체제를 비판하며 헌재 국정감사를 보이콧한 야당을 겨냥해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지명하지 않는다"며 "헌법재판소법에 의해 선출된 헌재소장 권한대행에 대해 위헌이니 위법이니 하며 부정하고 업무보고도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국회 스스로 만든 국법질서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김 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청와대는 또 "국회에서 먼저 헌재소장의 임기를 명확히 하는 입법을 마치면, 대통령은 헌재소장을 바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런 입장이 '김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 헌재소장 대행 체제로 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야권의 반발을 샀다.
이런 가운데 이날 요구가 빠른 소장 지명을 통해 김 대행체제를 끝내달라는 취지라면, 헌재 재판관들이 문 대통령의 결정을 촉구하는 성격으로 해석될 수 있어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헌재는 이날 "헌법재판관 8명이 오늘 오후 모여 소장 및 재판관 공석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헌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은 물론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며 "재판관들은 조속히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 임명절차가 진행돼 헌재가 온전한 구성체가 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힌 바 있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