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해법으로 '4차 산업혁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지난 10년 간 이와 관련된 국내 대기업들의 지형 변화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40% 이상이 최근 10년 새 교체됐지만, 제조‧금융 중심의 전통 대기업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엔 변화가 없었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첨단 IT서비스 기업들이 시총 상위로 약진하며 급속한 판도 변화를 이끌어 대비됐다.
17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한국과 미국의 시총 100대 기업 구성 변화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최근 10년 새 41곳(41%)이 교체돼 미국 43곳(43%)과 차이가 거의 없었다. 시총 100대 기업의 교체율 자체는 거의 비슷한 셈이다.
반면 시총 1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한 기업들의 면모는 판이했다. 미국의 경우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IT전기전자 및 서비스 기업이 11곳이나 되는 반면, 한국은 6곳으로 절반에 그쳤다. 게다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혁신성 면에서도 차이가 컸다.
CEO스코어는 이같은 분석 결과를 1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리는 ‘제4회 딜로이트-CEO스코어 정책포럼’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미국은 시총 4위인 페이스북을 비롯해 차터커뮤니케이션스(45위), 프라이스라인닷컴(50위), 어도비시스템즈(61위), 넷플릭스(63위), 페이팔(65위), 세일즈포스닷컴(72위), ATC(77위) 등 서비스 기업이 8곳, IT전기전자 업체는 엑센츄어(44위), 엔비디아(46위), 브로드컴(73위) 등 3곳이 시총 1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이베이, 타임워너, 바이어컴 등 서비스 업체들과, 휼렛패커드, 모토로라 등 굴지의 제조 업체들이 시총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는 특히 전기차 혁신의 아이콘인 테슬라가 83위로 시총 100대 기업에 처음 합류하며 미국 내 매출 1위인 GM(88위)을 앞질렀고, 유통업종에서도 온라인 기반 아마존이 시총 1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해 3위에 오르는 등 격변이 속출했다.
반면 한국은 SKC&C와 합병한 SK(14위)를 비롯해 넷마블게임즈(28위), 삼성SDS(30위), 카카오(36위), CJ E&M(89위) 등 서비스 5개사와 전자부품 업체인 LG이노텍(66위)이 시총 1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한 게 전부였다.
범위를 좁혀 시총 상위 10대 기업의 변화를 보면 한·미 간 격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은 최근 10년 새 시총 상위 10곳 중 6곳이 교체되는 격변을 거쳤다. ‘톱10’에 신규 진입한 기업은 시총 1위 애플을 비롯해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으로, 금융사인 JP모건과 웰스파고를 제외하면 4개사가 모두 4차 산업혁명과 직결된 글로벌 IT‧서비스 공룡들이다.
나머지 4곳도 마이크로소프트, 존슨앤드존슨, 엑슨모빌, 뱅크오브아메리카로, 시총 상위 10곳 중 제조 대기업은 존슨앤존슨과 엑슨모빌 2곳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지난 10년 새 시총 ‘톱10’에 신규 진입한 기업이 LG화학, 네이버,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4곳으로, 네이버를 제외하면 모두 석유화학‧건설‧자동차부품 등 전통 제조업체들이다.
나머지 6개사도 IT전기전자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 현대차, 포스코, 한국전력, 신한지주 등 전통 제조·금융업체들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