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매출액을 부풀려 금융회사에 수천억 원대의 손실을 입힌 '모뉴엘 사태' 이후 시중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가 책임 소재를 놓고 소송을 벌이면서 중소기업들만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17일 시중은행의 여신전결기준 분석 결과 시중은행들이 무보 보증서를 우량담보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무보 보증서 패싱' 현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4년 모뉴엘이란 회사가 해외 수입업체와 공모해 허위 수출자료를 만든 뒤 6개 은행에 수출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은 무보의 보증을 근거로 수출채권을 받고 모뉴엘에 거액을 대출했다.
모뉴엘이 수출채권을 결제하지 못하자 은행들이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무보가 이를 거절하면서 시중은행과 무보간 분쟁이 시작됐다.
무보 보증서는 중소기업들의 대출을 돕는 중요 보증서 중 하나였다. 하지만 모뉴엘 사태 이후 은행들이 무보 보증서를 담보조건에서 제외하면서, 수출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 마련을 주 업무로 하는 무보의 보증서가 은행 대출을 받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2015년 대출 기준을 정하는 '여신한도 전결권 운용기준 변경'을 통해 기존 대출한도 외 추가한도를 부여할 수 있는 담보 조건에서 무역보험공사가 발생하는 보증서를 제외했다.
예를들어 100억 한도에 대출을 사용 중인 기업이 긴급한 수출 자금 필요에 의해 추가 대출을 은행 측에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아가도 무보 보증서에 따른 대출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하나은행도 2016년 2월 이후 무보 보증서를 우량담보에서 제외했다.
무보 보증서를 제외하는 기준을 바꾸지 않더라도 실제 무보의 보증서를 은행에서 거부하는 사례는 2014년 이후 급증했다.
무보의 신용보증 취급 건수는 모뉴엘 사태가 난 2014년 30,728건에서 2015년 24,092건, 2016년에는 21,064건으로 2년 새 무려 9,000여건이 넘게 줄어들었다.
무보의 보증서 발급 주체가 은행이라는 점에서 은행의 신청 건수가 줄었고, 이는 은행이 대출 심사에서 무보 보증서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간은행이 무보와 소송전으로 무보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은행들이 무보 보증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일부 부도덕한 기업과 무보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모뉴엘 사태 피해는 고스란히 수출 자금이 필요한 다수의 건실한 중소기업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그런데도 무역보험공사는 시중은행의 무보 보증서 취급 거부에 대한 현황을 파악조차 하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이 같은 일에 대한 무보와 당국의 조치가 시급하다"며 관계기관의 대책을 촉구했다.